[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 ‘투수들의 팔꿈치를 보호하기 위해 마운드를 높여야 한다.’
LA 다저스 릭 허니컷 투수 코치가 이색적인 그러나 경청할 가치가 있어 보이는 제안을 내놨다. MLB.COM의 TRACY RINGOLSBY 칼럼니스트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급증하고 있는 투수들의 팔꿈치 부상을 줄이기 위한 허니컷 코치의 생각을 소개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투수들의 토미 존 수술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올스타브레이크 이전에만 35명의 투수들이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다저스에도(마이너리그 포함)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가 4명이나 된다.

이처럼 투수들의 팔꿈치가 상하는 현상에 대해 허니컷 코치가 내놓은 대안은 바로 마운드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허니컷 코치의 기억을 따라가 보자. “(메이저리그 최고 강속구 투수였던)놀란 라이언이 던지던 시절, 그의 홈구장 마운드에 가면 언제나 손질이 잘 돼 있었고 경사가 급했다. 언제부터 토미 존 수술이 시작됐는지 생각해 봐라. 토미 존 수술은 근래의 일이다. 언제 메이저리그의 마운드가 낮아졌나?”
1969년부터 메이저리그의 마운드 높이가 15인치에서 10인치로 내려갔다. 당연히 마운드의 경사도 이전보다 완만해졌다. 1968년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이 2.98을 기록했던 해다. 1918년 이후 최저였고 1901년부터 따져서 13번째였다.
하지만 마운드를 낮춘 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이 3.50이하로 내려갔던 것은 1972년(3.26)과 1971년(3.46) 두 차례 뿐이었다.
허니컷 코치의 논리대로라면 마운드를 낮춰서 투고타저 현상으로 인해 야구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막았지만(투고타저가 재미없다는 것에 대한 논쟁은 보류)대신 투수들의 팔꿈치가 남아나지 않게 된 셈이다.
(허니컷 코치가 1969년 마운드가 낮아진 후 전성기를 달렸던 놀란 라이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마운드가 낮아졌지만 놀란 라이언이 유리하게 하기 위해 마운드 경사를 필요이상 급하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감시가 강화됐음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허니컷 코치는 마운드를 높이는 것이 어떻게 팔꿈치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마운드를 높여 경사가 급해지면 내딛는 발이 지면에 닿기까지 거리가 더 멀어지게 된다. 이것은 투구 후 자세를 낮춰 피칭으로 인한 영향을 흡수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약 빨리 지면에 닿게 되면 어깨는 볼을 놓는(던지는)것으로 인한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어깨가 빨리 피로를 느끼고 팔꿈치로 충격이 더 많이 전해진다.
허니컷 코치의 이런 진단은 선수와 지도자로 오랜 시간 일한 데서 나온 경험에서 비롯된다. 허니컷 코치는 선수로도 1977년부터 1997년까지 무려 2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42세까지 현역으로 뛰며 선발과 불펜 모두로 성공했다. 선발로 268경기에 등판했고 불펜으로 529경기에 나섰다. 다저스 코치로는 올 해가 9년째다.
그렇다면 허니컷 코치가 언급한 놀란 라이언의 생각은 어떨까. “현역시절 경사가 급한 마운드에서 던지면 더 좋은 지렛대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구의 속도나 커브의 낙차에 영향을 주었다. 허니컷 코치가 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 듣고 보이 일리가 있다. 마운드가 높던 시절에는 팔꿈치 부상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고 동의를 표했다.
아울러 “1969년 스프링 캠프에 들어갔을 때가 기억난다. (마운드가 아니라) 항공모합에서 던지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마운드가 낮아지는 것에 반대한다. 아니 마운드를 높여야 한다는 쪽이다. 물론 당장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운드를 높이는 것이 투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6세까지 메이저리그에서 27시즌을 보낸 놀란 라이언은 1986년 우측 팔꿈치 측방인대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고 이후 7년간 더 현역에서 뛰었다. 이 7년 동안 4번이나 200이닝 이상 던졌고 2번이나 노히트노런 기록을 추가했다.
사실 요즘 투수들은 이전 보다 덜 던진다. 4인 로테이션은 5인 로테이션으로 정착돼, 4인 로테이션에서 한 시즌에 40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선수들은 이제 32번 선발 출장한다. 경기 당 투구 이닝도 많지 않다. 1969년 이전 선발 투수들은 평균 6.8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1969년 이후 6.1이닝으로 줄었고 최근 20년 동안은 다시 5.9이닝까지 줄었다.
적어도 요즘 선수들이 더 많이 던지기 때문에 팔꿈치 부상이 잦다는 논리는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운 셈이다. 허니컷 코치의 진단이 그리고 놀란 라이언의 동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nangap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