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찬헌, “지금 페이스 끝까지 이어가겠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7.20 13: 01

LG 우투수 정찬헌(24)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월까지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평균자책점 5.79로 흔들렸으나, 5월부터는 평균자책점 2.10으로 LG 불펜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찬헌이 반등하면서 LG 불펜진 또한 안정감을 찾았고, 불펜 평균자책점 4.65(리그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사실 정찬헌은 누구보다 큰 기대를 받으며 올 시즌을 맞이했다. 1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140km 후반대를 찍었고, 시범경기서도 특유의 강속구를 뿌렸다. 여기저기서 LG 필승조의 한 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막상 시즌에 들어가니 흔들렸다. 구위는 좋았으나 제구에서 기복을 보였고, 패스트볼을 확실하게 받쳐줄 변화구도 부족했다. 상대 타자들에게 ‘정찬헌=빠른볼’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히면서, 구위와 무관하게 장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정찬헌은 양상문 감독 부임과 동시에 페이스를 회복했다. 양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의 지도를 통해 투구폼을 교정하면서 공에 힘을 더하고 제구도 향상됐다. 커브를 추가해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마무리투수로도 마운드에 오른다. 

양 감독은 정찬헌을 두고 “찬헌이는 중근이가 마무리로 나서지 못할 때 세이브 투수로 나간다. 예를 들면 중근이가 3일 연투를 했거나, 컨디션이 좀 안 좋으면 찬헌이가 1순위로 9회에 나갈 것이다. 물론 셋업맨도 가능하다. (유)원상이와 (이)동현이가 많이 던져서 나오기 힘들 때는 찬헌이가 7, 8회에 나간다. 연장전서도 믿고 맡길 수 있다. 2이닝 정도는 던질 체력이 있기 때문에 필승조 모두가 연투 상황이 아닐 시에는 찬헌이로 연장전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양 감독의 정찬헌에 대한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팀 내부적으로는 정찬헌이 향후 LG의 마무리투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등판간격이 분명하지 않는 것은 불펜투수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운드 위에서 고전할 확률도 높아진다. 물론 불펜투수 대부분이 투수코치의 사인을 받은 후 불펜에서 몸을 푼다. 그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각자 특유의 바이오리듬이 있다. 예를 들어 마무리투수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다가 경기 중반부터 덕아웃에 들어온다. 사인을 받고 몸을 푸는 것과 스스로 나갈 타이밍을 알고 몸을 푸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러나 정찬헌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정찬헌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연습을 마친 후 “올해는 ‘정찬헌이 어떤 투수다’라는 것을 주위에 알려주는 해라고 본다.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도 이 생각은 마찬가지였다. 아직 나는 내 자리가 없다. 올해는 나를 보여드리는 것에 만족한다”며 “진짜 승부는 내년이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 어느 정도 해놓아야 내년에 나를 위한 자리가 생긴다. 내년에는 사람들이 경기를 보면서 특정 상황이 되면 ‘이제 정찬헌이 나오겠구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찬헌은 최근의 모습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공만 빠른 게 아닌, 일정한 제구력을 위해 자신의 투구 메커니즘에 유독 신경 쓰고 있었다. 정찬헌은 “혹시 나도 모르게 왼쪽 어깨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하기 위해 오른팔의 각도도 높였다. 보폭 역시 점점 크게 가져가면서 쓸데없이 상체에 힘이 들어가는 줄이려한다. 시즌 중반이다 보니까 근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럴수록 하체로 던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찬헌은 “물론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강상수 투수코치님이 하나하나 신경 써서 봐주신다. (류)제국이형이나 (이)동현이형도 꾸준히 조언해준다. 확실히 공에 힘이 붙었다. 최근에는 안타를 허용해도 정타로 크게 날아가는 타구는 줄어들었다”며 “투수가 안타를 아예 안 맞을 수는 없다. 코스로 안타가 되거나 먹힌 타구인데 안타가 되는 것은 괜찮다. 점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공이 나오고 있다. 최근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 간다면 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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