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포위’ 송영규 “구둣발 킬러, 저 맞다니까요”[인터뷰]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7.20 11: 10

사람 좋은 너털웃음이 푸근하다. 배우 송영규의 첫 인상이다. 익살스러운 그의 말투 때문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개구쟁이 같은 인상에서 킬러 역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송영규는 17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 연출 유인식 이하 너포위)에서 과거 ‘마산 양호교사 살인사건’의 진범인 구둣발 조형철 역을 맡았다. 드라마 초반 싸늘한 표정과 중저음 목소리의 미스터리한 인물로 눈길을 끌더니 후반부에는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로 활약했다. 악인 조형철은 결국 대구(이승기)에게 사건을 풀어나갈 결정적인 증거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자살이란 방법엔 동의하지 않지만, 심정적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 역시 부패한 조직의 희생양이다. 얼마나 소외받고 힘들었겠나. 표출 방식이 엇나갔고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로서는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자살 장면이 방송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는 ‘너포위’ 촬영이 끝난 후 소주로 먹먹해진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실제 그의 목소리는 방송에서처럼 낮지 않다. 처음에는 얼굴을 대부분 가리고 나와 목소리만으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다. 목소리에 힘이 실려야 했기에, 여러 가지 버전의 목소리를 녹음해 유인식PD와 상의했다고 한다. 안경도 벗고 목소리도 일부러 낮춘 터라 가까운 지인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호흡을 맞춘 이승기와 차승원에 대해 물으니 “나에게도 두 사람은 연예인”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그 배역이 되고자 노력한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맞춰주려 하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았다. 고난도 장면도 NG가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내 “좋은 배우들임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방영 중인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에선 이민석(서인국)의 정체를 의심하는 이사 남상구 역을 맡았다. 출세지향적인 인물로 세련된 외양에서 조형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MBC ‘구가의서’(2013)에서는 배신의 아이콘 역을, SBS ‘추적자’(2012)에선 전형적인 비리검사 역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다.
최근에는 주로 악역이었다는 기자의 말에 “실제론 어리바리한 애기 아빠다”라고 허허 웃는다. 허술한 캐릭터들도 여럿 맡았다. MBC ‘메리대구공방전’(2007)에서 괴짜 편집장 역을, SBS ‘신의 저울’(2008)에선 늦깎이 사법연수원생 역 등이 그러하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비결에 대해 그는 “평범한 얼굴”이라고 답했다. “감독이나 PD들이 보기에 본인이 색칠하고 하고 싶은 의도대로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한 후 “불러주면 ‘땡큐’다”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그는 “연기란 행복한 작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대에 있을 때 공부했던 것들이 큰 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평소엔 연예인 야구단 이기스의 부단장으로 야구를 즐기고, 영상 연출을 공부하는 첫째 딸 등 자녀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였다. 뮤지컬과 연극으로 무대에서 인정받고 방송에 첫 발을 들여놓을 때 그가 느낀 감정은 “다시 시작하자”였다. 그렇게 무던히 달려온 그는 “이제 영화가 그런 영역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는 저에게 신비감이 있는 영역이에요. 진짜 목표이기도 하고요. 물론 방송 대본이 많이 들어와서 제가 선택할 수 있고,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역할들을 맡았으면 해요.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배우, 평판 좋은 배우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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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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