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같이 하는 남자에게 "혹시 나 좋아해요?"라고 거침없이 물어보고 자신보다 먼저 취한 남자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좀 귀엽다"를 말하고. 결실을 본 남자와 오크통 가득한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로맨틱한 키스를 하고. 배우 윤진서가 달콤한 사탕 같은 영화, '산타바바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상대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상윤과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풋풋한 남녀의 모습을 잘 그려낸 그는 이후 홍보차 출연한 라디오에서 "촬영하면서 이상윤과 진짜 사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래서였을까. 영화에서 두 사람은 유독 달달하다.
혹자는 두 사람의 관계가 수상하단다. 조심스럽게 "혹시..."라고 이상윤과의 관계에 관해 물으니 윤진서는 하하하 웃으며 "글쎄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우리가 그렇게 보여요?"라고 재차 물으며 로맨스 영화에선 남녀 주인공의 케미스트리(화학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진 않단다. 그리고 자유로운 상상에 맡기겠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 영화 본 소감이 어떤가.
▲ 여행도 가고 싶고 와인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감 만족 영화인 것 같다.
- 아쉬운 점은 없나.
▲ 아쉬운 점은 당연히 있다. 어떤 작품이든 만족하긴 어려운 것 같다. 음, 아쉬운 점 중에 디테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산타바바라의 풍경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 극 중 와이너리에서 이뤄진 키스신은 정말 로맨틱했다.
▲ 키스신을 찍었을 때 감독님이 너무 질투하셔서 리허설도 못하게 하고 입도 대지 말라고 하셨다(웃음). 다행히 이상윤이 잘 이끌어줬다.
-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 아무래도 '산타바바라'라는 영화의 제목이 작용한 것 같다. 제목이 '익산'이라고 생각해봐라(웃음).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 않나.
- 영화가 너무 잔잔해서 지루하다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는데.
▲ 수경이 언제부터 이 남자를 좋아했을까, 돈을 낼 때였을까, 아니면 밥 한 번 사시라고 말했을 때부터일까. 혹은 일을 하게 되면서일까, 와인을 마시면서부터일까. 남자와 여자가 다 다르니까 이런 것들이 각양각색 다를 수 있다. 이런 포인트들을 문제를 푼다고 생각한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 이상윤과의 호흡은 어땠나.
▲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이었는데 알고 보면 따뜻하다. 우리 둘 다 따듯하고 괜찮은 애인데 겉보기에 차가워 보이는 것 같다.
- 이상윤과 진짜로 사귄다고 생각했다는 발언에 다들 수상하다고 하더라.
▲ 하하하. 우리가 그래 보이나. 기분이 나쁘진 않다. 로맨스 영화엔 그런 것이 중요하니까. 수상하다면 수상하다고 생각해 달라. 하하하.
- 수경은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 윤진서는 어떤가.
▲ 일에 집중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일을 사랑한다.
- 운명을 믿는 편인가.
▲ 아직 바보 같은 구석이 있다. 운명도 믿고 아직도 의리가 살아있다고 믿고 정의는 살아있다고 믿는 편이다. 아직까지도 친구가 최고다. 평생 철 안 들 것 같다.
- '윤진서' 하면 신비로운 이미지가 있다. 반면, 대중하고 친근한 배우는 아닌 것 같은데.
▲ 그런 점이 아쉽긴 하다. 친근해지고 싶은데. 어디 나가서 막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시간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
- 데뷔 이후 지금껏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면 만족하는 편인가.
▲ 내가 했던 작업들을 생각해봐도 다시 같이하고 싶은 감독님들도 많고 꾸준히 영화 작업을 해온 것이 좋은 것 같다. 누군가는 '올드보이' 이미지를 후회하느냐고 물어보는 데 전혀 없다. 박찬욱 감독님이라는 좋은 감독님과 함께 좋은 작품에 출연해서 데뷔한 게 정말 좋다.

- 책도 내고 '경주'에서는 협력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할리우드 산업을 보면 영화를 오래 한 분들은 프로듀서도 하고 감독도 하고 작가도 하지 않나. 그건 소품을 만들다가 집을 짓는 일과 같고 가구를 만들다 보니 이런 집에 어울릴 것 같은데 하면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한국도 많이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점차 보는 눈이 넓어지고 아는 것도 많아지고 일을 도와주게도 되니까 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그런 것 같다.
- 앞으로는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가.
▲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물 흐르는 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 캐릭터적인 면에서 밝고 독특하지만 연출적으로 재밌는 것들도 좋다. 그런 느낌의 코미디 영화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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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