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인간인데 계속 생각하게 된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32)는 지난 겨울 FA가 돼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 대형계약을 체결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인 사상 최고액을 받으며 텍사스로부터 어마어마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 대형계약이 정작 시즌에 들어와선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추신수도 대형계약의 부담감을 토로했다.
추신수는 20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경기에서도 삼진 2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시즌 타율은 2할3푼6리까지 떨어졌다. 최근 5경기-21타수 연속 무안타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추신수가 20타수 이상 무안타에 그친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기간 삼진만 11개. 5월25일 이후 좌완 투수에게는 44타수 4안타로 타율 9푼1리로 막히고 있다. 개인 최악의 부진인 것이다.

텍사스 지역지 '댈러스모닝뉴스'에서는 이날 추신수 관련 기사를 실으며 그의 솔직한 속내도 전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부진이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두 달이 마치 9년처럼 느껴진다"며 "성적에 의해 좌절하지 않는다. 나아진 아무것도 게 없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낀다. 느낌이 좋고, 준비도 잘 한다. 타석에 들어갈 때도 좋지만 그 다음에 아무 것도 없다. 하루 좋다가도 일주일 내내 안 좋다.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추신수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대형계약에 대한 부담감을 꼽았다.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에게 필요한 것은 편안하게 야구하는 것"이라며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대형계약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평상시대로 마음 편하게 먹기를 바라고 있다.
추신수도 이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나도 인간인데 계속 생각하게 된다. 때때로 내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계약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추신수 스스로도 몸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있다. 심리적인 불안감부터 지워야 한다.
또 하나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데이브 매거던 텍사스 타격 인스트럭터는 "가끔 보면 추신수가 너무 소극적으로 보인다. 볼넷으로 걸어나가는 것도 그의 장점 중 하나이지만 언제든 초구부터 칠 수 있는 준비도 해야 한다. 완벽한 공이 오면 스윙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추신수는 올해 루킹 삼진이 38개로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다. 지나치게 신중한 타격 자세에 역으로 말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도 심리적으로 생각이 너무 많은 것과 연관있다.
지난 4월말부터 왼쪽 발목 부상을 안고 있는 것도 추신수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워싱턴 감독은 21일 토론토전에 추신수에게 하루 휴식을 줄 계획이다. 토론토 원정 3연전에서는 로저스센터가 인조잔디라는 것을 감안해 지명타자로만 나오고 있다. 워싱턴 감독은 여러모로 추신수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추신수가 보답해야 할 때. 마음의 짐부터 떨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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