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대회만 오면...' 답답한 한국전력, V리그팀 상대 승리 또 무산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7.20 20: 36

"우는 소리는 우리가 해야지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컵대회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한국전력이 컵대회 역대 전적에 1패를 추가하며 또다시 승리를 놓쳤다.
한국전력은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컵대회에 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역대 컵대회 전적은 2승 18패. 2006년 상무,와 2009년 사이파(이란)가 한국전력의 2승 제물이었다. V리그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단 1승도 없다. 이번 대회 목표를 4강 진출로 잡고 와신상담한 이유다.

하지만 컵대회의 저주라도 걸린 것인지 V리그팀 상대 1승은 쉽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싸우는 컵대회인만큼 한국전력에도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았다. 월드리그와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경기가 연달아 이어져 '빅카드' 전광인-서재덕이 모두 차출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영입한 권준형 세터와 제대로 손발을 맞춰볼 기회도 없었기에 신 감독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이 "이민규 때문에 걱정이다. 대표팀 차출 때문에 선수들과 손발을 많이 못맞췄고 토스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걱정했다는 이야기에 신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국전력만 하겠냐는 뜻이었다.
신 감독은 "그래도 저쪽(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같은 멤버로 손발을 맞춘 팀 아닌가. 우리는 세터가 아예 다른 팀에서 왔고. 김 감독이 우는 소리를 했을텐데, 오히려 우는 소리는 우리가 해야할 판"이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시즌 내내 세터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다가 권준형을 영입했지만, 주포인 전광인 서재덕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컵대회를 맞아야하는 상황이니 부담스러울 만도 했다.
결국 신 감독의 걱정은 고스란히 들어맞았다. 한국전력은 이날 전광인과 서재덕이 모두 100%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반면 OK저축은행은 김세진 감독이 "송명근보다 폼이 좋다"고 이야기한 심경섭, 그리고 강영준이 맹활약하며 완승을 거뒀다. 완패를 당한 한국전력은 오는 22일 LIG손해보험을 상대로 4강 진출과 V리그팀 상대 첫 승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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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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