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시력은 잃었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어느 진정한 야구인의 특별한 시구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4.07.20 21: 22

20일 오전, ‘제 5회 니베아맨 컵 전국 생활체육인 야구대회’ 8강전 ‘챔피언스’와 ‘미래의료재단’의 경기를 앞 둔 경기도 양평의 한국야구아카데미 야구장. 미래의료재단 유니폼을 입고 스포츠 선글라스를 낀 말쑥한 차림의 투수 한 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 선수는 이날의 선발투수도 아니었다. 그는 특별 시구행사의 주인공이었다.
이날 양평 야구장에서는 챔피언스와 미래의료재단의 8강전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시구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시구자는 얼마 전까지 미래의료재단의 주전투수였던 이천규 씨(35세). 이 씨는 지난 3월 초, 경기 도중 타자가 때린 공에 오른쪽 눈을 맞았다.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간 이 씨는 3번의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실명 판정을 받고 의안을 착용해야 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사정은 왼쪽 눈도 어릴 적 사고로 시력이 거의 없는 상태였던 것. 왼쪽 눈으로는 사람의 형체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시력만 남아 있었다. 사실상 양 눈을 모두 잃어버린 상황. 이 씨는 시구에 앞서 2차례 연습투구를 했는데 던지는 공은 포수의 미트 속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지만 포수가 되던지는 공은 받을 수가 없어 함께 마운드에 나간 팀 동료가 받아줘야 했다.
시력을 잃고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둔 이 씨는 그러나 현실을 원망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던 운동을 하다가 다친 걸 어떡하겠습니까?”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 최근에야 퇴원을 했다는 이천규 씨는 “나에겐 아내와 갓 돌 지난 아이가 있다. 가족들은 나의 힘이고 희망이다. 아내와 잘 의논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천규 씨는 자신의 시구에 가족의 행복과 팀 승리의 염원을 담았지만 미래의료재단은 챔피언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에 만족해야 했다.
챔피언스는 1회 선두타자부터 3연속 볼넷을 얻어내고 상대투수의 잇단 폭투, 그리고 이어진 강경민의 2루타와 임정훈의 투런홈런으로 5점을 얻어 유리한 고지를 달렸다. 미래의료재단도 1회말 3점을 따라잡았지만 챔피언스는 3회 유정렬의 스리런 홈런 등으로 6점을 내 멀찍이 도망가 버렸다. 챔피언스는 미래의료재단을 16-8, 더블 스코어로 따돌렸다.
앞선 경기에서 풍산화이터스는 불철주야로부터 6회 끝내기 실책을 얻어내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양팀은 1회부터 장군멍군 시소게임을 펼쳤다. 한 팀이 점수를 뽑으면 상대 팀이 곧 따라잡기를 반복했다. 2-2 동점이던 3회 말, 풍산화이터스가 홍인표의 스리런 홈런 등으로 5점을 앞서갔을 때는 풍산의 낙승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철주야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3회 강필성의 스리런 홈런, 5회 윤동재의 좌중간 3루타 등으로 7-7 동점을 만들어 놓았다.
 
팽팽하던 균형은 7-7이던 6회말 풍산화이터스의 공격에서 깨졌다. 경기 제한시간에 걸려 새 이닝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풍산의 마지막 공격만 남아 있었다. 1사 후에 풍산의 서주민이 유격수 수비 불안이 가미 된 내야 안타로 진루를 하면서 심상치 않은 공기가 감지 됐다. 서주민은 홍용석 타석에서 상대 투수 폭투로 2루를 얻어내고, 계속 된 공격에서 3루 도루를 감행했다. 불철주야 투수 임동빈이 잽싸게 3루로 던져봤지만 주자를 잡기는커녕 공이 3루수 글러브를 비켜 외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서주민은 홈까지 냅다 뛰어 끝내기 결승점을 얻어 냈다.
한빛소프트는 안양GMB를 맞아 1회부터 최진호 김기영 이란기가 솔로홈런 3방을 터트리며 타격전을 예고했다. 한빛소프트는 안양GMB의 막강 마운드 이은호 유성훈 유현을 상대로 장단 9안타와 사사구 5개를 엮어 11점을 얻어 4강 고지에 올랐다. 
SP 페퍼스는 4-5로 뒤지고 있던 3회 5점을 빼내며 전세를 뒤집고 승기를 잡았다. 3회 선두타자 소병희 윤형구 이기홍이 3연속 볼넷으로 찬스를 만들고 후속 타자들의 방망이가 적절하게 터져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날 경기의 승자인 풍산화이터스와 챔피언스, 한빛소프트와 SP 페퍼스는 26일 양평 한국야구아카데미 야구장에서 준결승전을 갖는다.
‘제 5회 니베아맨 컵 전국 생활체육인 야구대회’는 ‘니베아 맨’이 주관하고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 OSEN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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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와 미래의료재단의 8강전 경기에 앞서 양쪽 눈이 실명 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미래의료재단 이천규 씨가 시구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1회 선두타자 풍산화이터스 서주민이 솔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모습.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20일 전적
▲8강전(양평 한국야구아카데미 야구장)
불철주야       7 – 8     풍산화이터스
챔피언스       16 – 8     미래의료재단
한빛소프트    11 – 7     안양GMB
엔티플러스     9 – 11    SP 페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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