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가 원조 육아 예능프로그램으로서, 다른 육아 예능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아빠와 아이들이 맺는 다양한 인간 관계일 터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 외에도 친구, 그리고 삼촌들까지 다양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우며 아이들의 사회화를 돕고 있다. 아빠 바꾸기를 한 ‘아빠 어디가’는 아빠들의 품을 떠난 아이들이 삼촌들과 대화를 하며 또 한번 성장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이 잠깐 떨어져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일명 아빠 바꾸기였다. 성동일은 류진의 아들 임찬형, 김성주는 정웅인의 딸 정세윤, 정웅인은 김성주의 아들 김민율, 류진은 성동일의 딸 성빈, 안정환은 윤민수의 아들 윤후, 윤민수는 안정환의 아들 안리환과 수다를 떨거나 함께 체육활동을 했다.
아빠들은 아이들과 떨어지기에 앞서 삼촌에게 평소 궁금했던 아이들의 속내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불만을 그때 그때 말하기 때문에 고민이 없을 것이라는 성동일의 호언장담과 달리 성빈은 아빠가 실수를 가르치기보다는 혼부터 내는 것에 대해 서운해했다.

정세윤은 두 동생을 둔 장녀로서 부담감과 동생들만 챙기는 것 같은 엄마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안리환은 혼만 내는 아빠에 대한 애정 순위를 낮게 뒀고, 아빠 없이는 울기만 한다는 김민율은 정웅인의 애교에 순순히 이를 닦으며 아빠의 우려와 달리 닥친 현실에 타협할 줄 알았다.
좋은 아빠이자 좋은 삼촌인 아빠들은 다른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의 속내를 파악하는 한편,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했다. 류진은 성동일이 혼을 내는 것이 아빠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일러줬다. 김성주는 자신도 다둥이 아빠로서 맏아들인 김민국을 믿고 아끼면서도 속내를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정웅인도 그럴 것이라고 정세윤을 위로했다. 다자녀를 두고 있는 아빠로서 정웅인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장녀의 고민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공감이었다. 김성주 특유의 따뜻한 말솜씨는 정세윤에게 더 깊이 와닿았을 터다.
삼촌과의 대화를 통해 평소에 부모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따스한 위로를 한 아빠들의 모습은 정이 넘쳤다. 동시에 아이들이 삼촌들과 함께 하면서 또 한번 사회화에 한발짝 다가가고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아빠와의 유대관계 뿐만 아니라 삼촌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화하고 있는 것. 단순히 책을 읽고 배움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과 발전을 통해 한뼘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는 상당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삼촌들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아이들끼리 엉망이긴 해도 음식을 만들기 위해 투닥거리고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쑥쑥 성장하고 있다. 원조 육아 예능프로그램으로서 느려도 더 단단한 여행을 통해 관계 형성과 성장에 집중하는 ‘아빠 어디가’의 매력이 바로 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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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