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슬럼프’ 추신수, 적극적 타격 필요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21 05: 39

추신수(32, 텍사스)는 자신이 소극적인 타자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소극적인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자신의 경력에서 최악의 슬럼프를 맞이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4월 한 달까지만 해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텍사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 추신수는 최악의 6·7월을 보내고 있다. 추신수의 6월 타율은 1할7푼9리까지 곤두박질쳤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 보였지만 7월은 상상 초월이다. 20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5경기에서 타율 1할6푼4리, 출루율 2할8푼8리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그 와중에 시즌 타율은 2할3푼6리, 출루율은 3할5푼4리까지 처졌다.
2할3푼6리라는 타율 자체도 추신수의 메이저리그(MLB) 경력상 최악의 성적이라고 할 만하다. 당장 지난해 92경기를 치른 추신수의 성적은 타율 2할8푼7리, 출루율 4할2푼5리였다. 극명하게 비교가 된다. 그런 추신수의 힘든 시기는 좀처럼 끝날 줄은 모른다. 오히려 수렁은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안타를 친 뒤 20일 토론토전까지 21타수 연속 무안타다. 추신수의 MLB 경력에서 가장 오래 안타가 침묵하고 있는 기간이다.

단순히 안타를 못 친 경기로만 따지면 이번(5경기)보다 더 어려운 적이 있긴 했다. 클리블랜드 시절이었던 2008년 6월, 그리고 시애틀 시절이었던 2005년 9월 각각 6경기 연속 안타가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지금보다 타수가 적었다. 각각 볼넷을 3개씩 골라 지금처럼 출루 가뭄이지는 않았다. 반면 이번 슬럼프 기간 중에는 볼넷은 하나에 그쳤고 삼진은 11개나 당했다. 안타를 못 친 5경기에서 추신수는 17타수 동안 볼넷 하나를 골라 출루율은 5푼6리에 불과하다.
물론 면죄부는 있을지 모른다.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아직도 발목이 편치 않다. 그래도 지나친 슬럼프라는 게 추신수의 생각이다. 추신수도 답답해하고 있다. 추신수는 20일 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기분은 좋다. 연습도 잘하고 있다. 타석에 들어설 때의 느낌도 좋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되고 있다”라면서 “현재 성적보다는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해 더 큰 좌절감을 느낀다”라고 털어놨다. 이상하리만큼 안 맞고 있다는 의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다만 현지에서는 소극적인 타격 자세가 하나의 이유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데이브 매거던 타격코치는 “가끔 타석에 임하는 추신수의 자세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볼넷을 고르는 능력도 물론 추신수의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초구를 언제든지 칠 수 있는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너무 신중하게 공을 보다가 볼 카운트 승부에서 밀리는 모습에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지난해 출루머신으로 등극한 추신수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선수다. 자신의 기준에서 빠졌다고 생각하면 쉽게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 선구안이 좋다는 의미고 볼넷 비율이 높은 원동력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그런 스타일이 독이 되고 있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초구에 방망이가 거의 나가지 않는다. 볼 카운트에서 몰리면 어려운 승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까지 공을 고르다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많다. 추신수는 올 시즌 38차례나 루킹 삼진을 당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이다.
추신수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6월경 “요즘 타석에서 내가 봐도 소극적이다”라고 문제를 짚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적극적인 승부를 공언했는데 잘 되지 않고 있다.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 민감해지며 자신의 기준이 무너진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쫓기게 되고 이는 타격에서 그다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법이다.
기록을 보면 차라리 적극적인 승부가 답이 될 수도 있다. 추신수의 올 시즌 초구 타율은 3할4푼4리로 좋은 편이다. 볼 카운트가 유리할 때의 타율(.354)과 불리할 때의 타율(.164) 격차가 심하기도 하다.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차피 슬럼프라면, 가만히 앉아서 아웃되는 것보다는 공을 맞히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