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최은성(43, 전북 현대)이 은퇴경기를 소화하며 자신의 선수 인생을 마쳤다. 그러나 또 다른 레전드 이동국(35, 전북 현대)은 레전드의 은퇴에도 K리그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대기록의 작성으로 보여주었다.
상주 상무전은 이동국이 K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경기였다. 이동국은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상주와 홈경기서 결승골을 포함해 1골 2도움을 기록, 전북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1골 2도움을 추가한 이동국은 K리그 통산 161골 60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이는 신태용(99골 68도움)과 에닝요(80골 63도움)에 이어 K리그 통산 세 번째 60(득점)-60(도움) 클럽 가입이었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주목을 받았던 것은 대기록 작성을 앞둔 이동국이 아닌 최은성이었다. 최은성은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18년의 선수 생활을 접고 은퇴하기로 결정을 했다. 현역에서 은퇴하는 최은성은 이날 경기서 선발 출전을 해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하려고 했다.
최은성의 은퇴는 수 많은 대기록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K리그 통산 532경기 출전 기록을 가진 최은성은 김병지와 김기동에 이어 K리그 통산 세 번째 500경기 출장 대기록을 세운 K리그의 레전드다. 또한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대전 시티즌에서 15시즌 464경기를 뛰며 K리그 역사상 한 구단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첫 골이 터지면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시선은 최은성에서 조금씩 공격쪽으로 이동을 했다. K리그의 또 다른 레전드 이동국의 발 끝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국은 자신에게 모인 기대를 알고 있는지 전반 17분 레오나르도와 2대1 패스로 기회를 만든 뒤 왼발 슈팅을 시도,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동국의 득점포에 전북의 모든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최은성에게 승리를 안길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맞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비적으로 나섰던 상주가 경기 전술을 바꿔 보다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추후 경기 운영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전북으로서는 하프타임에 최은성의 은퇴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었다.
하지만 최은성의 은퇴식이 이날 경기의 마침표를 찍는 것은 아니었다. 은퇴식이 끝난 후에는 바로 후반전이 시작됐다. 감동적인 은퇴식이었지만 흘러가는 시간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관중들은 서운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후반 19분 한교원이 이동국의 도움을 받아 추가골, 후반 20분 이승기가 이동국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 번 추가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순식간에 2골을 도운 이동국은 K리그 개인 통산 161골 60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K리그 통산 이동국을 포함해 세 명의 선수만이 기록한 엄청난 대기록이다. 최은성이라는 레전드가 한국 축구의 역사에서 사라진 날이기도 했지만, 이동국이라는 레전드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기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이동국의 대기록 작성은 계속된다. 전인미답의 70-70 클럽 가입도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동국을 지도하고 있는 최강희 전북 감독은 "어시스트의 경우 득점과 다르게 어렵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본인 기록에 의지를 갖고 도전을 했으면 한다.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만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동국 또한 "패스만 주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충분히 있다. (70-70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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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