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후반기 지상 과제는 역시 탈꼴찌다. SK가 8위로 급추락하며 9위 한화와 2.5경기차로 좁혀졌다.
한화는 지난 2012~2013년 2년 연속 최하위를 했다. 올해마저 9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3년 연속이 된다. 2009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면 최근 6년 사이 5번 최하위라면 역대 어느 최하위팀 보다도 깊은 암흑기. 사실상 4강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탈꼴찌가 현실적인 목표다.
후반기 한화의 탈꼴찌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전반기 추락의 이유였던 마운드에 있다. 전반기 마지막 6경기에서 시즌 첫 3연승 포함 5승1패로 선전한 데에는 마운드의 안정감이 결정적이었다. 한화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6.17이지만 마지막 6경기에서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2.89로 확 낮아졌다.

그 중심에 바로 안영명-박정진-윤규진으로 이어지는 불펜 필승조가 있었다. 선발에서 중간으로 보직 이동한 안영명은 7월 8경기에서 3홀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1.54로 짠물 투구를 하고 있고, 베테랑 좌완 박정진도 7경기에서 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제로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여기에 어깨 근육통에서 돌아온 윤규진도 7월 복귀 후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제로로 막아내고 있다. 세 선수의 7월 성적은 1승2패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0.82로 특급 수준. 김응룡 한화 감독도 "중간·마무리투수들이 안정감을 찾으며 팀이 괜찮아졌다. 5~6회만 끌어가면 앞으로도 좋을 듯하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안영명의 경우 전반기 막판 구원으로 잦은 연투와 긴 이닝 소화로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았다. 9~11일 청주 넥센전과 잠실 두산전에 3일 동안 1이닝 18구, 2이닝 44구, 1이닝 19구를 던진 안영명은 13일 15~16일 문학 SK전에도 이틀 모두 나와 4⅔이닝 동안 총 60구를 뿌렸다. 8일 동안 6경기에서 총 156구. 이기는 경기에서는 점수차와 관계없이 무조건 투입됐다. 안영명은 과거에도 중간에서 잦은 연투로 구위 저하에 시달린 아픔이 있다.
안영명 뿐만 아니라 박정진과 윤규진도 불펜에서 무리한 바람에 고생한 투수들이다. 2010~2011년 뜨거운 투혼을 불태운 박정진은 이후 2년간 4월에 제대로 된 공을 못 던졌다. 올해에야 정상 구위를 찾았다. 윤규진은 2006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쉬었고, 2008년에도 팔꿈치 통증 탓에 후반기에 아웃됐다. 올해 역시 어깨 근육통으로 열흘 넘게 회복기를 가져야 했다. 이기는 경기도 좋지만 적절한 선수 관리와 보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화는 지난 2년간 불펜에서 수호신 역할을 한 송창식이 올해 뚜렷한 구위 저하를 보이며 현재 2군에 머물러있다. 송창식 사례에서 나타나듯 구원투수들의 무리한 투구는 언젠가 후유증을 불러오게 되어있다. 한화는 탈꼴찌도 중요하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팀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구축된 특급 필승조를 탈꼴찌 시즌에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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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명-박정진-윤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