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팀 MVP’ 박정배의 생각과 각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21 13: 01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부상도 당해봤다. 방출 수모도 겪어봤다. 그래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잘 안다. 그런 박정배(32, SK)에게 혹사 논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공 하나마다 혼신을 힘을 담아 던진다는 각오뿐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전반기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팀 최우수선수(MVP)로 박정배를 손꼽았다. 이 감독은 “정말 업어주고 싶을 정도다”라고 말하면서 팀에 대한 헌신을 높게 평가했다. 이 감독은 “사실 박정배는 어깨가 좋지 않아 던지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많은 선수를 봐왔지만 가장 프로 의식이 투철한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극찬을 이어갔다.
SK의 불펜의 핵인 박정배는 전반기 성적이 그다지 빼어나지 않다. 6승4패1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82로 다소 떨어진다. 지난해 5승2패14홀드 평균자책점 1.65의 뛰어난 성적과 비교하면 더 초라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박정배를 ‘전반기 팀 MVP’로 손꼽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43경기라는 엄청난 출전 경기수에 주목할 수 있다. 그야말로 궂은일을 다 했다.

명과 암이 있다. 박정배의 팀 기여도는 높게 평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어깨가 완전치 않은 선수가 너무 많은 경기에 나섰다는 점을 지적하곤 한다. 실제 43경기 출전은 리그 전체 3위에 해당된다. 경기당 투구 이닝도 적지 않다. 평균 1이닝이 넘는 43⅓이닝을 던졌다. 주로 필승조로 나섰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쫓아가는 경기에서도 묵묵히 마운드에 오른 박정배다. 자연히 혹사 논란이 불거졌다.
박정배도 이를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혹사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내 상황을 잘 알지 않나”라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포기’라는 단어가 진지하게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박정배다. 1경기 출전이 꿈이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차라리 행복하다는 것이 박정배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자책한다. 박정배는 “성적이 좋았으면 불펜도 힘이 나서 좀 더 좋은 공을 던졌을 텐데 그렇지가 못했다”라고 팀 성적 추락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래서 쉴 때가 됐다는 지적에도 등판을 포기할 수 없다. 박정배는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체력 관리를 잘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지치고 힘든 시기지만 자신이 빠질 경우 남은 불펜 선수들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정배다. 책임감과 옛 기억에 대한 채찍으로 무장한 박정배는 짧은 올스타 휴식기를 마치고 다시 등판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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