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 ‘너무 잘 해도 탈.’
LA 다저스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 둘 모두 잘 하는 것이 많은 투수다. 그 중에는 수비도 포함된다. 투수도 볼을 던지고 난 뒤에는 야수 노릇을 해야 하므로 수비능력은 ‘있으면 더 좋은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잘 하는 만큼 자신감도 넘칠 수 있다. 수비 잘 하는 커쇼와 그레인키가 이 넘치는 자심감 때문에 차례로 ‘실점’이라는 아픔을 맛 봐야 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경기에서다.

먼저 20일(이하 한국시간) 먼저 선발로 등장했던 그레인키. 1회 무사 1루에서 콜튼 웡이 친 땅볼 타구가 투수와 1루수 사이(방향)으로 갔다. 그레인키는 타구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하지만 미치지 못했고 다저스 2루수 디 고든이 잡아 몸을 날리며 1루에 던졌다. 하지만 악송구가 됐다.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잡지 못했고 이 사이 1루 주자 맷 카펜터는 3루, 타자주자 웡은 2루까지 달렸다.
웡이 타석에 들어서 있을 당시 고든은 평소 보다 1루 쪽에 붙어 있었다. 좌타자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모터 달린 고든의 발을 생각하면 타구가 외야로 빠질 가능성은 적었다. 또 하나는 점프 송구다. 웡은 올 시즌 도루 12개로 느린 선수는 아니지만(마이너리그 시절인 2012,2013년 모두 20개의 도루를 기록)타구 역시 적당한 속도가 있었다.
만약 그레인키가 타구를 향해 달리다 고든의 앞을 지나치지 않았다면 그래서 고든이 완전히 시야를 확보한 상태에서 볼을 잡을 수 있었다면? 무리한 점프 스로우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결국 그레인키는 이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1회에 4실점 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21일 선발 등판한 커쇼 역시 비슷한 장면을 보여줬다. 1-0으로 앞선 2회 세인트루이스 선두타자 조니 페랄타가 친 타구가 3루 쪽으로 굴렀다. 전날 웡의 타구에 비하면 훨씬 빗맞은 타구였다. 커쇼는 지체없이 타구를 쫓았다. 피칭을 마친 후 우측으로 무게 중심이 약간 쏠리는 커쇼의 폼을 감안해도 정말 번개 같은 스타트였다. 하지만 역시 늦었다. 커쇼는 뒤늦게 슬라이딩으로 3루수 후안 유리베와 충돌을 피하는 멋진 모습까지 보였지만 유리베가 타구를 잡았을 땐 너무 늦었다. 1루에 던지지도 못해 본 내야안타가 됐다.
이 타구 역시 마찬가지. 커쇼가 유리베가 잡도록 놔두었으면 결과를 알 수 없었다. 유리베는 커쇼의 움직임 때문에 타구를 향해 대시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어야 했다. 커쇼 역시 1사 후 앨런 크레이그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그래도 커쇼는 이어진 1사 2루에서 추가로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마쳤다.
그레인키는 메이저리그 11시즌 동안 320경기에 출장하면서 1,794이닝을 던졌다. 이 사이 범한 실책은 4개 뿐이다. 2010년 6월 17일 이후 실책이 없다. 필딩%(자살+보살/자살+보살+실책)가 .990으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에 속한다. 고교시절 투수로 뿐 아니라 유격수로도 뛰었던 것이 타격과 수비에서도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커쇼의 수비 기록도 좋다. 전날까지 198경기, 1,276.1이닝을 던지는 동안 실책 4개만 기록하고 있다. 필딩% 역시 .983에 이른다.
물론 둘의 수비능력이나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나쁜 것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연이어 실점으로 연결됐을 뿐이다. 투수의 수비능력은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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