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감 딴 고아라, 더 잘 익을 계절을 기대해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7.21 15: 33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종영한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고아라는 홍일점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살렸다. 기라성 같은 차승원 선배와 이승기 사이에서 자칫 주눅 들수도 시들수도 있었는데 끝까지 자기 자리 지켜냈고 한 뼘 더 자란 연기력을 뽐냈다. '응답하라 1994' 속 성나정은 없었다. 강남경찰서 강력계 여형사 '어수선'만이 새롭게 각인됐다.
고아라가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통해 또 한 번 성장 발판을 밟았다. 방송 전과 초반, 그리고 종영에 이르는 과정의 곳곳에서 고아라의 연기력은 눈에 띄게 달라진 느낌. 초반엔 '응답하라 1994' 속 성나정 캐릭터와 상당히 유사한 게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회를 더할수록 왈가닥 초보 형사에서 사랑에 빠진 여인, 그리고 일촉즉발 위기를 넘는 여장부의 면모까지 여러 색깔의 날개를 달고 춤을 췄다. 고아라를 두고 이제 어느 누가 신비주의 이미지 스타라 운운할 수 있을까.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꼿꼿이 선 여배우다.
예전의 긴 생머리보단 발랄하게 자른 짧은 머리가 어울리고 CF 속 우아한 원피스보다는 구겨진 점퍼에 물 빠진 스키니진이 예쁘게 맞는 느낌이다. 고아라는 그렇게 두 편의 드라마에서 친근하면서도 공감 가는 생활 연기로 멋진 청춘 캐릭터를 구축했다. 물론 지금이라도 고운 화장을 하고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골라 입으면 독보적인 미모 포텐을 터뜨리겠지만.

배우가 연기의 감을 잡아가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난다 긴다 하는 대배우들도 초년병 시절이 없던 게 아니다. 연기를 업으로 삼아 사는 이들에겐 방황과 패착도 필수다. 고아라는 데뷔 시절, 넘치도록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덕(?)에 배우로서 걷는 길이 녹록치 않았던 케이스다. 하지만 지난해 '응답하라 1994'를 만나 터닝 포인트를 만났고 자신도 고민하던 배우로서의 정체성과 진로를 확인했다. 명확해진 목표와 또렷해지는 연기의 참맛, 어느새 감을 따먹은 고아라는 흐뭇한 성장기를 보여주고 있다.
감을 따먹고 나면 급성장은 시간문제다. 고아라는 차기작으로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의 신작 '명탐정 홍길동'을 비롯해 여러 영화들을 검토 중이다. 드라마에서 몸을 달궜으니 이젠 스크린에서도 비상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이젠 스스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는 것이 성장세에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친근하고도 활발한 연기에 물이 올랐다면 이쯤해서 파격 변신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도 해볼 만하다. 몰랐다면 모를까, 연기에 대한 감을 찾았을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열정도 충만한 지금, 이 20대 여배우 앞에 두려울 것이 무엇이랴.
배우 고아라의 앞날이 더 기대를 부르는 이유다. 한때는 악플에 시달리고 한때는 이러다 반짝 스타로만 잊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들었다. 하지만 절치부심 대기만성 끝에 그는 결국 잘 익은 감을 따 먹고 배를 채웠다. 고아라가 붉은 감처럼 더욱 예쁘고 통통하게 익을 계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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