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 됐던 루크 스캇(36)은 이제 없다. SK의 상대적 강점으로 손꼽혔던 포수진도 자연스레 정비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이재원(26)과 정상호(32)의 공존 여부는 올 시즌 후반기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을 내다본 하나의 중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SK는 지난 15일 이만수 감독에 대한 항명 사태로 팀 전체를 시끄럽게 했던 스캇의 퇴출을 결정했다. 스캇은 올 시즌 잦은 부상으로 몸값과 기대치에 훨씬 밑도는 성적을 냈고 항명은 조기 퇴출이 확정되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 다만 새로운 외국인 선수 언제쯤 영입될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항명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곧바로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는 어렵다.
설사 영입된다고 하더라도 내야수 쪽을 살펴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SK가 올 시즌보다는 다음 시즌 외국인 선발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점도 있다. 때문에 스캇의 퇴출은 SK 라인업의 직접적인 변화를 의미할 공산이 크다. 일단 스캇이 주로 뛰던 지명타자와 좌익수 포지션이 비었다. 국내 선수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음 시즌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 될 수 있다.

수비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이재원이 지명타자를 맡고 정상호가 주전 포수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재원은 올 시즌 전반기까지 3할9푼4리의 놀라운 타율과 10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스캇이 빠진 SK에서는 부동의 4번 타자였다. 다만 시즌 중반부터 사실상의 주전 포수로 기용됨에 따라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 정상호가 포수로 출전한다면 이재원의 공격적인 재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정상호는 올 시즌 63경기에서 타율 2할3푼9리, 6홈런, 25타점을 기록 중이다. 아무래도 타격은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나 선발 출장은 37경기에 불과했다.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 때문에 타격감이 저하된 면은 있다. 여기에 투수리드와 경험 측면에서는 풀타임 첫 시즌인 이재원보다 아무래도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SK 마운드는 현재 정상이 아니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여파로 신진급 선수들이 대거 올라오면서 불안요소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호의 경험이 좀 더 빛을 발할 수도 있다.
공격적인 라인업을 쓸 때는 이재원이 포수를 맡고 임훈이나 김상현을 지명타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정상호의 체력도 안배하면서 공격력도 극대화시키는 방안이다. 이처럼 스캇의 퇴출은 SK로서는 최악인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라인업 유동성은 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어차피 이재원과 정상호는 모두 다음 시즌 SK에 필요한 선수들이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모두 안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묘수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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