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대팀이라 생각했는지 안반겨주더라구요."
유니폼을 갈아입은 정대영(33, 도로공사)이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도로공사는 21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A조 GS칼텍스와 경기서 세트스코어 3-1(25-11, 19-25, 25-14, 25-20) 승리를 거뒀다. 도로공사는 이날 승리로 조 1위로 4강 진출을 확정지으려던 GS칼텍스의 앞길을 가로막고 우승을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정대영은 친정팀과의 첫 맞대결인 이날 경기서 12득점(블로킹 2개, 서브 에이스 1개 포함)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도 정대영 덕분에 팀이 안정이 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정대영은 "부담은 됐는데 승부의 세계니까 이겨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승부근성'을 보였다. 이날 경기 전 친정팀 선수들의 얼굴을 보러 라커룸에 갔던 일에 대해 묻자 "갔는데 선수들이 이제 상대팀이라 생각했는지 안반겨주더라. 분위기 처져있어서 "오늘은 우리가 쉽게 이기겠네" 하고 나와버렸다"며 농담 섞인 여유를 보였다.
GS칼텍스와 달리 도로공사는 젊은 팀이다. 이적생 이효희와 정대영이 큰 언니 노릇을 해야한다. 정대영은 "젊은 팀이라서인지 여기 와서는 체력적인 부분을 많이 했다. 런닝,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처음 왔을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때문에 많이 올라온 것 같다"며 "GS칼텍스는 저 아니어도 나이많은 선수들 많았는데, 감독님께서도 여기는 어린 선수들 많아서 이끌어줘야한다고 강조하셨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큰 언니 역할을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트레이닝에 나서다보니 힘든 점도 많았다. 정대영은 "팀에 합류한 지 일주일도 안됐을 무렵 런닝 20바퀴를 뛰었는데, 꼴찌는 아니었지만, 거의 걸어서 들어왔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다같이 뛰어야 한다고 3바퀴 다시 뛰자고 하시더라"며 "배구를 20년 넘게 하면서 런닝 때문에 울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편 대표팀에 차출된 이효희 대신 호흡을 맞춘 이고은에 대해서도 "연습경기 때보다 오늘 저한테 올려주는 속공이 정말 빨랐다. 순간 때리고 놀랐다. 저는 고은이와 잘 맞는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칭찬으로 용기를 북돋웠다.
지난 시즌 신인왕 고예림(20)도 "흔들릴 때마다 언니들이 좋은 말씀 잘 해주니까 다시 다잡게 될 때도 많고, 저희보다 더 열심히하는 모습 보면 많은 걸 느껴서 열심히하게 되는 것 같다"며 언니들의 합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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