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외국인이야기] 리오단, “한국에서 야구가 가장 어려웠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7.22 10: 30

LG의 1선발 에이스로 급상승, 대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우완 선발투수 코리 리오단(28)이 약 반 년 동안의 한국생활을 돌아보고, 자신의 미래도 이야기했다.  
리오단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팀 훈련을 마치고 다음날 광주 KIA전을 머릿속에 그렸다. 올 시즌 KIA와 3번 맞붙어 20⅓이닝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호투한 리오단이지만 방심은 없었다. 리오단은 “이전에 KIA와 상대해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만큼 KIA 타자들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 것이다. 나 또한 타자들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 더 철저해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리오단의 올 시즌은 첫 7경기와 이후 8경기가 극명하게 나뉜다. 리오단은 첫 7경기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5.15를 찍었고 5월 13일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그러나 5월 22일 1군 복귀 후 9경기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2.86으로 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됐다. 이는 양상문 감독의 부임시기와 맞물리는데 리오단 또한 자신의 반전이 코칭스태프의 지도에 있었다고 했다.

리오단은 “양상문 감독님이 요구하신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 작은 투구 메커니즘 변화였는데, 결과는 매우 컸다. 강상수 투수코치님은 경기 중 적절한 타이밍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주신다. 흐름을 한 번 끊어주시고 템포를 나에게 맞춰주셨다. 두 분의 도움이 정말 대단했다”고 양 감독과 강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덧붙여 리오단은 “물론 야구는 야구 선수가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에선 야구선수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감독님과 투수코치님, 그리고 항상 나를 도와주고 나와 가깝게 지내는 투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며 “사실 올해 내 구위나 제구가 이전에 비해 특별히 더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위에서 나를 믿어주고 지원해줬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나는 나만 믿고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꼼꼼하게 타자들의 성향을 공부한다.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의 지원 덕분에 정신적으로도 더 성숙해졌다”고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았다.
리오단이 직접 밝힌 한국 타자들의 대한 분석은 예상보다 깊고 정확했다. 지난 15일 리오단은 1위 삼성을 맞아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6승을 거뒀다. 최강팀을 맞이해 패스트볼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고, 삼성 타자들은 리오단의 구위에 눌려 빈번히 범타로 물러났다. 일부러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에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힘으로 삼성 타선을 공략한 셈인데, 대부분의 삼성 타자들이 높은 공에 평범한 플라이를 치고 덕아웃을 향했다. 
이 부분에 대해 리오단은 “고의적으로 높은 패스트볼을 던진 것은 맞다. 그러나 좌타자와 우타자를 분간해서 구사했다. 좌타자에게는 낮은 공이나 몸쪽 공이 오히려 위험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빨리 배트가 나오도록 높은 공과 바깥 공을 위주로 던졌다. 우타자에겐 반대로 몸쪽 낮은 공을 던지는 데 주력했다. 타자의 지금 컨디션과 성향을 종합해서 공략했는데 잘 먹혀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라운드 밖 생활, 즉 서울 생활을 두고는 대만족을 표했다. 리오단은 “한국 문화, 사람들, 지금 내가 사는 곳, 음식 모두가 다 좋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중에는 여자 친구와 통일전망대, 전쟁기념관, 남산타워 등을 둘러봤다. 한국의 역사를 공부했고, 남산타워에선 서울을 한 눈에 담아봤다. 서울은 정말 멋진 곳이다. 여자 친구가 어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원래 둘 다 여행을 좋아한다. 2년 전에는 함께 도미니카에 가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지내는 것은 처음이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리오단은 오히려 한국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야구였다고 했다. 리오단은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야구가 가장 다르다고 느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한국 야구가 더 어려웠다. 타자들의 성향,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야구 문화 등이 미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적응하지 못했다면, 지금 성적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어디서 야구를 해도 결국에는 내가 노력하고 연구하는 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반기 자시 자신에게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시즌 초반 부진했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학점으로 따지면 C에서 C- 사이다. 100점이 만점이라면 70점정도 되는 것 같다. 삼성과 넥센 상대로 너무 못했고, KIA 롯데 SK 상대로는 좀 괜찮았다. 편차 없이 모든 상대에게 똑같이 던져야 한다”며 “후반기에는 최근 좋았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 특정 숫자를 목표로 삼지는 않고 있다. 다만 선발 등판했을 때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서 불펜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 그리고 팀이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기록은 중요치 않다. 그거면 된다”고 후반기 목표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리오단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내년에도 LG에 있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리오단은 “벌써부터 내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본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선발 등판이다. 그리고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다”며 “내년 일은 내년이 되어야 알 수 있다. 그래도 이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지금 서울서 살고 LG에서 뛰는 게 좋다. 아마 내년에 내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LG에 남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 같다”고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리오단은 잠실구장을 오고가며 만나는 LG 팬들과 관련해 “보통 미국 야구팬들은 공이나 유니폼 등에 사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한국 팬들은 야구 용품에 사인을 받는 것뿐이 아닌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내 인생에서 이렇게 자주, 그리고 많이 사진을 찍은 적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사진만 수 천 장은 찍은 것 같다. 미국과 조금 다른 점이지만 재미있다. 사진 찍을 때마다 고맙다고 말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나 역시 고맙다고 답하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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