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악연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 이어 올해 정규시즌에도 핸리 라미레스의 사구에서 촉발된 앙숙 관계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저스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 원정경기에서 4-3으로 승리하며 후반기 2연패 뒤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런데 이날 다저스의 연패 탈출보다 더 관심을 모은 것이 바로 라미레스를 맞힌 두 번의 사구.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보복구 이후 라미레스에게 날아든 두 번째 사구에 돈 매팅리 감독도 구심에게 항의하며 흥분한 모습이었다.
두 팀의 악연은 지난해 리그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차전에서 라미레스는 조 켈리의 사구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부상을 당했다. 2차전을 결장한 뒤 3차전부터 부상을 안고 뛴 라미레스는 14타수 2안타로 침묵했고,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에 막혀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라미레스의 부상에 따른 공격력 약화가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3연전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았다. 야시엘 푸이그가 두 번째 경기에서 지난해 라미레스를 맞힌 켈리의 공에 왼쪽 손등을 맞아 이튿날 결장한 것이다. 이어 이날 경기에서 라미레스가 4회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의 98마일 강속구에 왼쪽 어깨를 맞았다. 곧 이어진 4회 수비에서 커쇼가 선두타자 맷 홀리데이에게 95마일 패스트볼을 던져 엉덩이를 맞히자 9회 라미레스가 트레버 로젠탈의 99마일 광속구에 왼쪽 손목 윗부분을 강타당했다. 미묘한 기운이 그라운드에 감돌았다.
다행히 X-레이 검진 결과 라미레스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저스 동료들은 세인트루이스 투수들의 투구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9회 로젠탈로부터 결승타를 작렬시킨 애드리안 곤살레스는 "사구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를 맞혀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며 "지난해 라미레스를 맞힌 그들이 이번에 푸이그에 이어 라미레스를 두 번이나 맞혔다. '이봐, 우리는 몸쪽으로 던질테니 맞든지 말든지'라는 듯했다"고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4회 보복성 사구를 던진 커쇼도 "라미레스가 여러차례 사구를 맞는 것을 보는 건 힘겨웠다. 몸쪽으로 던지다 보면 한 번쯤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몸쪽 높게 들어가는 건 대단히 무서운 것"이라며 "고의로 라미레스를 맞힌 것은 아니겠지만 강한 공을 던질 때에는 조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곤살레스도 커쇼가 홀리데이를 맞힌 것에 대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커쇼가 홀리데이에게 머리나 상체 등 선수 생활을 위협하는 곳으로 던지지는 않았다"고 옹호했다.
매팅리 감독도 "투수라면 모두 몸쪽 승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타자를 맞히지 않고서는 몸쪽으로 제구가 되지 않는다면 그의 팀 동료들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응법이다. 우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선수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구에는 사구로 대응하겠다는 자세였다.
그러나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는 "우리는 홈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모두 활용하려고 했을 뿐이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맞히려고 하지 않았다. 좋은 타자를 상대로 좋은 투구를 하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하며 오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매서니 감독의 말에도 '맞든지 말든지' 사구는 다저스 선수단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6차례 맞대결 일정이 모두 끝났다. 두 팀이 올해 다시 맞붙기 위해서는 포스트시즌 매치가 성사되어야 한다. 악연으로 얽힌 두 팀의 리턴매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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