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사흘이었다. 그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21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유혹'(극본 한지훈 연출 박영수) 3회에서는 한국으로 돌아온 네 남녀 세영(최지우) 석훈(권상우) 홍주(박하선) 민우(이정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세영은 홍콩에서 석훈과 함께 한 시간들을 떠올린다. 자전거 데이트부터 자신의 음료수 뚜껑을 따주던 사소한 기억까지 세영을 사로잡는다. 세영은 석훈의 회사와 관련된 자료를 읽기도 하고, 그가 자신에게 건넨 3달러를 쥐고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호텔방의 그 남자는 누구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룸서비스였다고 여유롭게 답하지만, 혼자 있을 땐 종종 멍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거짓말처럼 세영과 석훈은 다시 만난다. 석훈의 대학 선배이자 세영의 회사 직원인 영철(김형범)의 오해 때문이었다. 영철은 세영이 석훈의 사업 아이템에 관심을 보인다고 착각하고 자리를 만든 것. 영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둘은 또 설전을 벌인다. 석훈이 “당신을 만날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 세영이 “난 다르다. 한번은 다시 만날 거라 생각했다”고 미소 짓는 식이다.
여전히 팽팽하게 대립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석훈을 ‘자존심만 강한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한 세영이 그의 사업안을 칭찬한 것이다. 또 세영은 자신을 동정하고 ‘겁쟁이’이라 부르는 석훈의 말에 동요되기도 한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철의 여인’ 세영이 자신과 정반대의 남자에게 흔들리기 시작한 셈이다.
세영과 달리 석훈은 세영과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사흘의 시간을 10억 원에 판 자신에게 실망한 아내 홍주 때문이었다. 이날 공개된 4회 예고가 석훈과 홍주 사이의 새로운 갈등을 암시했다. 홍주를 입주 보모로 고용한 민우(이정진)에 대해 석훈이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서 세영과 석훈의 관계도 달라질 전망이다.
‘유혹’은 설정상 자칫 불륜극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배우자를 두고 있는 두 남녀가 각기 다른 이성과 러브라인을 그리기 때문이다. ‘막장극’에 머물지 않고 매력적이고 멜로드라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중요하다. 세영의 사랑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다만 그 조짐이 보일 뿐이다. 다르기만 했던 두 남녀 세영과 석훈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이 앞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면 시청자들 또한 ‘유혹’될 것이다.
'유혹'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네 남녀의 멜로 드라마. 최지우 권상우 박하선 이정진 등이 출연한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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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