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의 '군도' 아닌, 그냥 '군도'로 봐주세요"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7.22 09: 37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23일 개봉)의 맹렬한 후반작업으로 인해 결막염을 앓고 있다는 윤종빈 감독은 "작정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란 말에 선글라스를 벗으며 "신나고 유쾌하게 하려고 했다"라고 대답했다.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 '군도'. 자신의 영화적 동지인 배우 하정우와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자 여름 성수기 극장가의 포문을 여는 대작. 쏟아지는 관심 속 소위 말하는 여름 한국영화 대작 4편 중 가장 먼저 베일을 벗은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 "전혀".
자신을 '귀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윤 감독은 "하정우가 빡빡머리로 나오면 멋있겠다. 그리고 그 비주얼에 스토리 설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사람에게 화를 제공하는 사람이 악당이 됐다"라고 영화의 시작을 떠올렸다. 그가 영화에 대해 당부한 말은 "윤종빈의 '군도'가 아닌, 그냥 '군도'로 봐달라"이다.

- "'장고' '놈놈놈'? 하하하"
"원래 웨스턴 장르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군도라는 걸 소재로 영화를 준비하다 보니 도적 떼가 말타는 장면이 등장했고, 돌무치(하정우) 집 같은 경우에도 그가 백정이기에 농민과 따로 떨어져 사는 황량하고 고립된 느낌이었어요. 비주얼적으로 웨스턴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럴 바에는 드러내자 노골적으로, 음악도 마카로니 웨스턴 풍이 사람들에게 주는 흥분감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아예 드러내자 속이지 말고, 라고 생각했죠."
영화가 공개되자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분노의 추적자', '킬빌'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비교에 대한 생각을 묻자 "필연적으로 나오겠다 싶더라. 오래 된 장르적으로 그런 요소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솔직히 그러거나 말거나다. '장고'가 촬영 직전에 개봉해 봤는데, 선악 구도 유사점들이 나오겠다 싶더라. 그런데 그러거나 말거나다. 그렇다고 내가 하고자 하는 걸 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 "내레이션, 호불호 각오했죠"
영화 속에서 사용된 내레이션도 화제다. 찬찬히 영화를 설명해주는 익숙한 목소리. 호불호가 갈리는데, 감독의 블랙 코미디 요소처럼도 느껴진다. 이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처음 내레이션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대본 초고를 쓰고 보니 초반이 이야기의 밀도나 긴장도가 제일 흐트러지는 부분이고 돌무치가 도치가 되고 조윤(강동원)이 악행을 저지르다 둘이 다시 만날 때까지가 관객 보고싶은 그림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빨리 넘어가야 하는데 얘기가 너무 많았어요.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여볼까 고민했죠. 몽타주로 해결하기엔 방대했고요. 내레이션을 쓰려고 했을 때 낯설음이 있을거란 것도 물론 예상했어요. 호불호가 있을 거란 것도요. 그래도 큰 맥락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 "강동원에게만 반사판을? 그럴리가요"
"혹시 다른 영화에서 악역으로 나온 강동원이 아쉬웠나. '완전체 강동원'을 구현한 것 같다"는 말을 던졌다. 강동원에게는 남다른 조명(?)을 쓴 게 아니냐는 일부의 웃지못할 의혹도 제기.
"강동원을 영화에서 보고 악역으로도 굉장히 멋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악역으로 강동원을 제대로 만들어주고 싶었죠. 그래서 하정우의 빡빡머리에서부터 영화를 구상했을 때, 대본이 나오기 전 강동원을 만났고 '이런이런 영화인데 악역하면 너무 멋있을 거 같다'라고 말했더니 '나중에 대본 보여주세요'라며 호기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대본을 보여줬고 출연하게 됐습니다."
영화 속 강동원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악역으로 그간의 강동원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여배우 못지 않은 화사함도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조명을 다른 것을 해주거나 반사판을 더 대준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더라"고 말하자 윤 감독은 "그럴리가 있나. 절대 아니다"라고 답하며 웃어보였다.
"군도 쪽 백성들은 야생적으로 거친데, 조윤은 양반이다 보니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조명을 달리하거나 반사판을 더 대줄리가 있나요. 하하. 물론 여배우에게 반사판 같으로 신경을 써 줄때가 있는데, 강동원은 그렇 지 않았어요. 테스트 촬영할 때 느꼈는데, 솔직히 어떻게 찍어도 다 멋있다. 배우들이 보통 멋있는 각이 있고 없고  그런데 다 멋있더라. 그런 건 피할 수 없는거예요."
하정우, 이성민, 마동석, 조진웅과 강동원의 대결. "'연기파 군단 VS 스타'의 느낌도 솔직히 있다"란 말에 그는  "내가 보는 관점에서 배우를 봤을 때 강동원을 단 한 번도 스타로 생각하지 않았다, 상당히 좋은 배우인데 비주얼 때문에 장점을 가린 경우랄까. 배우로서 외모 때문에 평가 절하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자신이 보는 배우 강동원에 대해 설명했다. 윤 감독이 가장 애정하는 장면은 강동원이 머리를 풀어헤치는, 안개 자욱한 그 곳에서의 대결신이다. "나중에 강동원에게 혹시라도 샴푸 광고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란 농담에 윤 감독의 더한 농담 "영화 장면으로 써 주세요."
- "사이코패스 존재를 믿지 않아요"
윤 감독은 사이코패스 신화를 믿지 않았다. 그가 조윤이란 인물을 '이유있는 악역'으로 그린 이유다. 극 중 양반 조윤은 백성의 피를 빨아먹으며 군도 무리와 대립하는 악역이지만, 왜 그가 그런 악랄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전사가 많은 부분 할애된다. 관객들이 그의 애처로운 삶을 들여다 볼 때 동정심과 애틋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운명을 바꾸려 인생을 걸어본 사람만이 그와 대적할 수 있다는 조윤의 명대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왜 이런 사연 있는 악역일까. 스토리를 도치(하정우)의 시선으로 따라가면 극 중 조윤이 그런 입체적인 악역이 아니였다 하더라도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데 무리가 없는 데 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유 있는 악역이라 함은 영화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건데, 나는 '군도'라는 얘기가 오락 영화지만, 절대 악인 악당 한 명이 처단된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영화 속 주제를 설명했다.
"개인이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는 자기 입장에서는 본인이 선이고, 남이 악이라고 할 것이고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악이나 선이나 우리 모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 안의 번뇌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그런 면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람마다 취향인 것 같지만, 난 한 인물이 사이코 패스로 나오는 것을 싫어해요. 그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실제로 지존파 사건 최후 공판까지 찾아봤는데 나중에 범인 중 한 명이 피해자가 도망칠 수 있게 풀어준 적도 있어요. 누구든지 마음 속에 인간으로서의 면은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악당이 사이코 패스로 나와 그렇게 악당으로만 소비되는 걸 싫어하고 믿지 않아요. 물론 선과 악이 격돌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그 대결의 본질이, 선이 악을 완전히 처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 "월드컵 메달도 아니고..그냥 '군도'로 봐주세요"
본인의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는 말에 윤 감독은 "굉장히 빨리 쓰고 아주 많이 고친다"라고 말했다. '군도'에 대해 그는 "다 쓰는 데 두 달 반 밖에 안결렸다. 그러고나서 1년 동안 고쳤다"라며 "1년 동안 많이 달라졌지만, 초고의 좋은 부분들은 많이 살리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아기 아들이 있는 아버지. "아기가 나중에 커서 아빠 영화보고 쪽팔리다는 말만 안했으면 좋겠다"는 윤 감독은 '군도' 스코어가 예상되냐는 질문에 "정말 모르겠다. 나는 사실 '군도' 이전에도 그랬지만 스코어가 얼마 이상 될 지 예상해본 적이 없다. '군도'도 마찬가지인데, 올 여름 내가 마치 월드컵에 대표로 나가 순위 메달권에 들어야 할 것 같다. 직업이 변한 것 같다. 하하. 같이 영화를 만든 구성원들이 만족할 만한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를 마치고 강동원과 함께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자 "강동원이 군대 다녀오고 에너지 넘치게 5개월간 검 연습을 하고,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겠나. 너무 열심히 하면 어느 순간 눈물이 난다. 나도 보통 영화를 마치면 꼭 운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물이 빵 터지지는 않았다. 무대 인사 돌면서 울려나?"라며 웃어보였다. 올해까지는 육아를 하면서 쉰다는 것이 그의 목표.
마지막으로 감독이 직접 '군도' 관전 포인트를 짚어 달라고 했다.
"그냥 '군도' 자체로 봐주세요. '윤종빈의 군도'가 아니라. 제 전작을 생각하지 마시고 영화 '군도'로만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순수하게요.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즉각적으로 보면서 이해가 되고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nyc@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군도' 포스터(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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