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3)는 올해까지 4시즌째 한국에서 뛰며 97경기에 등판하는 동안 단 3차례만 구원 등판했다.
그 3번 중 2번이 올해 있었다. 팀의 마운드 사정이 어려웠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니퍼트는 이 2경기에서 4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6월 21일 잠실 KIA전에서는 2이닝 퍼펙트를 하고도 팀이 5회 강우콜드 패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지난 12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아웃카운트 8개를 책임지며 통산 첫 홀드를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니퍼트는 전형적인 선발투수다. 니퍼트가 구원 등판한 것은 본인의 의지도 있었지만, 전후 상황을 고려해 추후에 충분히 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던 경우에만 가능했다. 실제로 6월 KIA와의 시리즈 뒤에는 팀의 4일 휴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화와의 3연전 뒤에는 NC전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 뒤가 올스타 휴식기였다. 12일 한화전 구원 등판은 일반적으로 선발투수가 선발 등판 2경기 전에 갖는 불펜 피칭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이 역시 니퍼트의 뜻과 팀 사정이 맞물리면서 이뤄졌다. 니퍼트는 16일 마산 NC전 이후 올스타 브레이크를 포함해 5일을 쉬고 후반기에 임했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서 니퍼트는 후반기 첫 경기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지난 22일 잠실 SK전 선발로 나선 니퍼트는 1이닝 동안 1피안타 1실점(비자책)한 뒤 2회초 경기가 우천 노게임 선언돼 더 던지지 못했다. 경기가 성립되지 못해 투구 기록은 사라졌고, 23일 경기에는 좌완 유희관이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에이스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두산은 이번에도 니퍼트를 불펜에 대기시키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미 2번의 전례가 있었다. 두산은 SK와의 남은 2경기가 끝나면 다시 4일 휴식에 들어가기에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더군다나 니퍼트는 전날 경기 투구 수가 단 21개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23일이나 24일에 나와 2이닝 정도를 막아주더라도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SK와의 시리즈 뒤에 경기가 없기 때문에 니퍼트의 다음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경기는 오는 29일 사직 롯데전이다. 24일에 불펜 대기를 하더라도 다음 선발까지 4일 휴식의 여유가 있다. 이미 경험이 있고, 선발의 몫을 하듯 많은 이닝을 던질 것이 아니기에 두산도 이를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정상적으로 시작됐던 경기가 갑작스레 취소되어 SK와의 2경기에 임하는 송일수 감독의 마운드 운영 계획은 일부 달라질 수 있다. 보유한 투수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를 추구하는 송 감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니퍼트의 불펜 대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송 감독이 후반기 첫 경기에서 선발로 충분히 던지지 못한 니퍼트를 다시 중간에 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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