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의 오승환이 1군에 떴다. 삼성 우완 정통파 투수 김현우(26)가 1군에서도 비상 날갯짓을 시작했다. 최고 151km 돌직구를 뿌리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김현우는 지난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2회 구원등판, 2⅔이닝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삼성의 15-12 역전승에 밀거름이 됐다.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선발 장원삼의 조기강판 이후 김현우가 기대이상으로 잘 버텨준 덕분에 삼성의 역전승이 가능했다. 전광판 기준 최고 151km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롯데 타선을 힘으로 잠재웠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선발이 일찍 무너져 어려운 경기가 됐는데 두 번째로 나온 김현우가 잘 막아줬다"고 칭찬했다. 김현우도 "오랜만의 등판이었는데 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점수차를 접게 가져가고 싶었다. 롯데에 좋은 타자들이 많아 집중해서 던진 게 좋았다"고 말했다.

김현우는 올해 1군 5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23으로 호투하고 있다. 탈삼진 7개로 구위를 자랑한다. 1군에 올라와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2군에 내려가야 했다. 류중일 감독도 "김현우가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팀 사정상 2군에 내리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현우는 2군 퓨처스리그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마친 투수. 2군에서는 오승환으로 통한다. 185cm 111kg 건장한 체구에서 140km대 중후반 강속구를 뿌리는 구원투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군 퓨처스 35경기에서 2승2패2홀드7세이브 평균자책점 2.68로 활약했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지명될 때부터 묵직한 직구로 주목받은 유망주였다.
류중일 감독은 김현우에 대해 "원래 공을 뺄 때 투구폼이 포수처럼 짧았는데 이제는 팔을 많이 내려서인지 크게 돌리고 있다. 원래 스피드가 좋았는데 제구도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김현우가 가장 달라진 것이 바로 팔스윙이 간결해지며 제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덕분이다.
김현우는 "올해 팔스윙을 작게 가져가고 있다. 팔을 내리며 스로잉을 한 뒤로 스피드가 더 붙고 있다. 원래 140km대 중반인데 더 빨라지고 있다. 양일환 2군 투수코치님 지도 덕분"이라며 "오늘(23일) 같이 팀이 어려울 때 보탬이 되고 싶다. 오늘의 감을 앞으로도 잘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2군 오승환'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그는 "아직 오승환 선배를 따라갈 수준이 아니다. 한참 멀었다. 클래스의 차이가 너무 난다"며 손사래친 뒤 "오승환 선배와 비교는 부담스럽다. 그보다 슬라이더 외 변화구를 더 추가하고, 제구를 보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진중한 표정으로 묵직한 직구를 과감하게 뿌리는 김현우의 모습에서 오승환의 그림자가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을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