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다잡은 대어를 놓쳤지만 희망을 엿봤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홈경기서 선두 포항 스틸러스를 시종일관 몰아붙였으나 아쉽게 0-0으로 비겼다.
인천은 이날 무승부로 6경기 연속 무승(4무 2패)의 늪에 빠지며 딸꼴찌에 실패했다. 상대는 잘 나가는 선두 포항이었다. 잘 싸우고도 비겼다. 포항의 스틸타카를 맞아 점유율 58-42로 앞선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경기 전 두 팀의 분위기도 극과 극이었다. 포항은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인천은 5경기 연속 무승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모두가 포항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정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인천은 무승 고리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와 특유의 끈끈함을 되찾았다. 초반부터 포항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아쉬웠던 건 결정력이다. 많은 찬스를 만들고도 결국 방점을 찍지 못했다. 8개의 슈팅 중 골문 안으로 향한 건 단 2개였다.
문상윤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이전까지 3경기 연속(2골 2도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던 문상윤은 이날도 날카로운 왼발을 선보였다. 날카로운 패스와 크로스로 포항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수원전서 빛을 발했던 프리킥이 영점 조준이 되지 못했다. 골문 근처에서 수 차례 프리킥 찬스를 잡았지만 모두 허공으로 날렸다.
후반 막판 심판 판정도 아쉬움을 남겼다. 인천은 후반 41분 진성욱의 슈팅을 포항의 수문장 신화용이 골문을 비우고 나와 손으로 쳐내며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주심은 명백히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슈팅을 막아낸 신화용에게 빨간색이 아닌 노란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천으로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대신 밝은 미래도 엿봤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올 시즌 가장 안좋은 경기였다"고 혹평했을 정도로 상대의 컨디션이 워낙 나쁜 탓도 있었지만 인천도 잘했다. 전방 압박과 패스웍은 우수했고, 수비도 단단했다. 모든 면에서 잘 나가던 인천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서 "상대가 선두였지만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자고 했는데 승리를 못했음에도 최선을 다했다"면서 "선수들의 경기 준비 자세와 투혼은 칭찬해주고 싶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좋은 내용을 선보이고도 많은 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쳤던 인천이다. 이날은 달랐다. 앞서 울산과 부산을 상대로 2경기 연속 2골을 터트렸던 포항의 공격을 철저히 틀어막았다. 김 감독은 "전체적으로 공격수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잘 먹혀 들어서 무실점을 한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인천의 다음 경기는 8월 2일 홈에서 펼쳐지는 울산전이다.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한 판이다. 외국인 공격수 디오고와 이보가 부상에서 돌아온다. 김 감독도 "우리는 승점 3점이 필요하다. 디오고와 이보가 부상에서 복귀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기대를 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천(승점 11)의 순위표는 여전히 맨 밑이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10위 부산(승점 14), 11위 경남(승점 13)과는 한 끝 차이다. 1경기 결과로 꼴찌와 강등권을 탈출을 바라볼 수 있다.
dolyng@osen.co.kr
문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