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성하는 기본 도형은 원과 사각이다. 사각으로 차체를 만들고 원으로 된 바퀴를 달아 굴러가도록 한 도구가 자동차다. 사각을 이루는 선은 개성과 효율을 위해 조금씩 변형 됐고, 라운드형이 가미되면서 차체는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원과 사각이 어우러진 ‘이미지 언어’는 운전자와 교감을 시도했고, 자동차 애호가들은 자동차를 ‘사물’ 이상의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2014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추구하는 바도 운전자와의 ‘교감’이다. ‘이보크’가 갖고 있는 장점을 디자인을 통해 강하게 호소하고, 디자인에 만족하며 운전석에 오른 운전자에게는 타고난 운동성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한다.
이보크에는 두 개의 사다리꼴이 보인다. 차체의 정면과 측면에서 각각 사다리꼴 형상이 나타나는데, 같은 도형이지만 이 ‘이미지’가 말하는 ‘언어’는 확연히 다르다.

정면에서 보이는 정삼각의 사다리꼴은 보는 이에게 ‘안정감’을 토로한다. 네 바퀴가 땅바닥에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폼이 당당하다. 콤팩트 SUV의 외형을 지녔지만 차체가 높아 보인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납작하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낮은 무게 중심이 전달 된다. 소형 해치백이지만 세단 이상의 안정감을 주는 폭스바겐 골프에도 사다리꼴 형상이 보인다.
측면에서 확인 되는 사다리꼴은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루프 라인이 전면이 높고 후면으로 갈수록 낮게 디자인 돼 있다. 여기에 캐릭터라인은 프런트 펜더에서 낮게 출발해 리어 램프 쪽으로 높게 내달리고 있다. 덕분에 루프 라인과 캐릭터 라인은 더욱 가파른 역삼각의 사다리꼴을 하고 있다. 이 도형이 주는 이미지 언어는 엄청난 ‘역동성’이다. 차가 그냥 서 있는데도 고속으로 주행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2014 레이지로버 이보크를 형성하는 정면과 측면의 도형 이미지를 모아 놓으면 이보크를 설명하는 두 개의 핵심 키워드가 완성 된다. ‘안정적 역동성’이다.

이보크는 9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구형 모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운행 되고 있는 상당수의 중소형 차량은 아직도 4단 변속기를 달고 있다. 9단이 자동변속기가 주는 여유는 숫자가 주는 위압감 이상이었다.
시속 80km 속도까지 가속하는데 동원 되는 기어는 6단 정도다. 아직도 남아 있는 3단의 여유는 고속 주행을 위해 써도 되고 경제적 운전을 위해 써도 된다. 종종 수동 트랜스미션의 자율성을 놓치기 싫은 운전자들은 자동 변속기 차량을 몰면서도 수동 변속 기능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보크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듯하다. 아무리 빼어난 운전자라도 9단이나 되는 변속 구간을 기계만큼 잘 조절할 감각을 갖추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긴 이보크에는 변속기가 조그셔틀로 되어 있으니 수동모드 조작이 가능한 스틱형을 찾는 이들에겐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다.
9단 트랜스미션이 주는 경제성도 무시할 수 없다. 9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된 액티브 드라이브라인(Active Driveline) 기술은 기존 모델 대비 연료 효율을 11.4%까지 끌어 올렸다. 가솔린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액티브 드라이브라인은 세계 최초의 ‘온 디맨드’형 4륜 구동 시스템으로 시속 35km 이상의 안정 상태 주행 시에는 전륜만 구동 된다. 민첩성과 연비 향상 효과를 부른다.

과감한 외관 디자인을 시도한 이보크는 스스로 ‘크로스 쿠페 디자인’으로 불러 달라고 애원한다. 클래식한 레인지로버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했으니 차의 분류도 그냥 SUV가 아닌 ‘쿠페 SUV’라 불리고 싶어 한다.
실내 디자인은 ‘절제 된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버튼들은 있을 기능은 다 있는데도 복잡하지 않다. 버튼과 다이얼의 적절한 조합으로 조작을 단순화 했기 때문이다. 선택은 버튼으로, 조절은 다이얼로 역할을 분담시키면서 절제 된 배열을 만들어 냈다.
대시보드를 가죽 재질로 처리해 자동차가 주는 금속성을 최대한 숨겼다. 반짝거리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빨리 사람들을 식상하게 하는 지 잘 아는 선택이다. 주황색 시트의 꽤나 파격적인 시도도 절제 된 대시보드 앞에서는 과해 보이지 않는다.
통유리로 된 건물처럼 빼어난 개방성을 느끼게 하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또 하나의 반전이다. 외관에서 뒷좌석 천장이 낮아 보이는 압박감을 받은 이라면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속이 확 트이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좁은 트렁크 공간은 적재물량이 많은 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다.

레인지로버 모델 중 가장 가벼운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디젤 모델이 최대토크 42.8kg.m(@1,750rpm), 최대출력 190마력(@3,500rpm)의 성능을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13.3km/l로, 상당한 연료 효율을 보이고 있다.
2014년형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디젤 모델에는 2.2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한 5도어 ‘프레스티지’(Prestige)와 ‘다이나믹’(Dynamic), 엔트리 모델인 ‘퓨어’(Pure)가 있는데 가격은 각각 7,430만 원, 8,150만 원, 6,630만 원이다.
가솔린 모델은 2.0리터 터보 직분사 엔진을 장착한 5도어 ‘프레스티지’와 쿠페형 ‘다이나믹’이 있는데 8,190만 원과 9,090만 원이다. 2.0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5,500rpm)에 최대토크 34.7kg/m(@1,750rpm)의 성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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