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연애 시대, 예능 대처법 '참 어렵다'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7.24 14: 35

스타들의 공개연애가 권장되는 요즘이다. 솔직함을 선호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아이돌 멤버들도 공개열애를 한다. 이에 토크쇼나 버라이어티, 개그프로그램 등 방송가에서도 이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다. 사생활 영역이기에 조심스럽게 다뤄지던 과거와 달리 거침없다. 하지만 그 수위 조절이 쉽지는 않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는 MC들이 게스트 송창의를 겨냥해 지난해 7월 결별한 전 여자친구 리사를 수차례 언급했다. 송창의는 "괜찮다. 좋게 헤어졌다"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MC들은 시종일관 "재밌자고 하는 거다"고 말했다. MC 김구라는 "살다가도 헤어지는 판에 뭘 그러냐. 신경 쓰지 마라. 20년 살다가도 이혼한다. 슬기롭게 넘어가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걸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설리와 열애설에 휩싸였던 최자. KBS 2TV '인간의 조건', '유희열의 스케치북' 그리고 tvN 'SNL코리아‘ 등 그가 최근 출연한 프로그램마다 ‘지갑사건’이 언급됐다. 분실된 최자의 지갑을 주운 네티즌이 지갑 속 최자와 설리의 스티커 사진을 공개한 사건이다. 당시 최자의 소속사 측은 “사생활 노출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지만, 프로그램마다 반복적으로 언급돼 다시 화제를 모으는 모순된 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들의 사생활은 방송가에서 가장 흥미로운 소재 중 하나다. 또한 송창의가 출연한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거침없이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B급 감성과 ‘돌직구’가 ‘라디오스타’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성역 없는 질문이 오가며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최자가 출연한 ‘SNL코리아’ 역시 풍자와 해학, ‘셀프 디스’ 등을 콘셉트로 한다. ‘지갑 사건’이 큰 화제였던 만큼 꽁트 주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당초 높았다.  
문제는 씁쓸한 웃음만 안겼다는 점이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송창의의 전 연인인 리사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내리며 원치 않는 관심을 받았다. 이에 리사는 24일 오전 SNS를 통해 "잘 지내고 있는데. 왜 그러세요. 저한텐 웃기지 않아요"라는 글을 게재해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최자의 사건이 화제를 모을 때마다 언급되는 이 또한 설리다. 두 사람을 둘러싼 루머는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사자가 상처를 입는다면 보는 시청자도 불편하다. 스타들의 공개연애가 자연스러워지며 그들의 사랑과 헤어짐이 공개적으로 다뤄진다한들 최소한의 예의는 갖출 필요가 있다.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24일 오후 뒤늦게 "균형을 잡아서 주의를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 법이다.  ‘돌직구’는 날카롭고 예리하며 직접적인 발언을 뜻하지 무례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라디오스타’의 MC들이 “재미있자고”를 되풀이 하지 않았거나, 제작진이 욕심을 줄이고 루머에 시달리는 최자와 설리를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면 비난의 강도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jay@osen.co.kr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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