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수(28, SK 와이번스)는 올해 팀이 치른 84경기 중 50경기에 등판했다. 좌타자 위주로 상대하는 불펜투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등판 횟수다.
지금의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진해수는 이번 시즌 76경기에 등판하게 된다. 진해수는 이미 지난해에도 72차례나 마운드에 오르며 처음으로 70경기 넘게 출장했다. 올해는 지난 시즌의 기록을 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혹사 논란은 시즌 초부터 나왔다. 진해수의 평균자책점은 7.46으로 높지만, 진해수를 비난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많은 경기에서 팀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점을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SK에서는 박정배(43경기), 전유수(42경기)도 팀이 소화한 경기에 절반 이상 나왔다. 이밖에도 절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윤길현이 38경기를 던져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3경기)보다 더 많이 출장했다.

사실 혹사 논란이라고 하기도 적절하지 않다. 혹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K의 이만수 감독 역시 불펜투수들이 힘들게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감독은 24일 경기를 앞두고 “선발이 길게 가지 못해 중간에도 과부하가 많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불펜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마무리 로스 울프가 가끔씩은 2이닝 정도를 책임지게 할 방침이다. 이 감독은 "최대 2이닝이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상황이 되면 조기 투입될 수 있다는 뉘앙스는 전했다“며 울프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불펜의 부담을 덜어줄 것을 기대했다.
감독 스스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면 SK 불펜의 수고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감독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이들이 절대 혹사당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펴기는 힘들다. 선수들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쉽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그렇기에 선수의 말만 믿어서도 안 될 일이다.
타 구단의 한 코치는 SK 불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이번 시즌의 특수성으로 보기도 한다. 이 코치는 “이번 시즌은 3점을 지고 있는 경기도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가 많다. 진해수가 올해 50경기에 나왔다고 하는데, 나와서 막으면 역전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대체로 코칭스태프는 다른 팀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 조심스럽다. 하지만 SK의 불펜에 대해서는 한 가지 일치하는 의견이 있다. 자원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불펜에서 가장 듬직했던 박희수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진해수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것도 대체할 선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재 SK 불펜이 혹사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는 없어도, 불펜의 주역들을 비판할 수는 없다. 50경기 이상 출장이 유력해 보이는 불펜 4인방을 보면 SK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일 것이다. 외부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혹사라는 비판보다는 선수의 투혼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누구도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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