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서 막강한 티켓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네 팀이 4위 한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4위 롯데부터 5위 두산, 6위 KIA, 7위 LG가 모두 앞 팀과 2경기차 이내로 붙어있는 가운데, 롯데와 LG는 3.5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네 팀이 모두 관중수 5위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까지 두산이 792,137명으로 1위, LG는 705,720명으로 2위, 롯데는 562,664명으로 3위, KIA는 509,115명으로 5위다. 이대로라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4위 경쟁, 그리고 후반기 흥행대박까지 기대해볼만하다.
각각 다른 색의 야구를 펼치는 네 팀이지만, 모두 ‘외국인선수’라는 변수를 안고 있다. 롯데를 제외한 두산 KIA LG는 외국인선수를 교체했거나, 교체가 확정된 상태다. LG는 이미 브래드 스나이더가 조쉬 벨을 대체해 뛰고 있다. 두산은 크리스 볼스테드를, KIA는 데니스 홀튼을 방출시키고 곧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데려올 예정이다. 롯데는 비록 외국인선수를 교체하지 않았으나 루이스 히메네스와 쉐인 유먼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4위 사수는 힘들어진다. 네 팀이 마주한 외국인선수 현황을 한 팀 씩 짚어본다.

▲ 유먼·히메네스, 다시 올라설까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롯데는 외국인선수 걱정이 없는 팀이었다. 히메네스가 조금 늦게 시즌을 맞이했을 뿐, 한국무대 데뷔전부터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롯데의 ‘복덩이’가 됐다. 6월까지 타율 3할5푼2리 13홈런 52타점 OPS 1.057으로 예전 펠릭스 호세처럼 부산 전체 뒤흔들었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7월부터 수직 하락했다. 타율 2할2푼2리 1홈런 3타점 OPS .703로 평균 이하의 타자가 됐다. 잘 했을 때는 상체 위주의 당겨 치는 스윙서 벗어나 하체를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상체만으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유먼의 부진도 심상치 않다. 2년 연속 13승을 올리며 롯데의 외국인 에이스로 자리한 유먼은 승수와 무관하게 평균자책점이 치솟고 있다. 5월부터 줄곧 4점대였던 월간 평균자책점이 7월에는 9.14를 찍었다. 유먼은 스프링캠프 당시 무릎 부상으로 훈련양이 부족했다. 여름을 맞이해 체력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시각이 많다.
일단 롯데는 웨이버공시 마감일인 지난 24일까지 장고를 거듭했으나 둘을 안고 가기로 했다. 히메네스와 유먼이 다시 일어서 롯데 구단의 결정을 빛나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 두산 마야, 제2의 랜들 될 것인가
두산은 장신 우투수 볼스테드를 방출하고 유네스키 마야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쿠바 출신으로 2010년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우완투수 마야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6경기에 등판해 1승 5패, 평균자책점 5.80을 기록했다. 올해 트리플A에서는 17경기에 나와 3승 3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마야의 최대 장점은 제구력이다. 마야는 올해 트리플A에서 8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20개만 허용했다. 피홈런도 6개로 적은 편이었다. 두산 입장에선 2005시즌부터 2008시즌까지 자기 몫을 다했던 랜들과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두산은 당시 리오스·랜들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그러나 2008시즌부터는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외국인 원투펀치를 만들지 못했다. 마야의 제구력이 랜들처럼 정교하다면, 2007시즌 이후 7년 만에 니퍼트·마야라는 외국인 새로운 원투펀치가 만들어 질 수 있다. 두산의 지독한 선발투수난에도 빛이 보일 것이다.
▲ KIA, 홀튼과 예정된 이별...이닝이터 절실
KIA와 홑튼의 이별은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다. 일본프로야구 다승왕 출신으로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으나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았다. 팔꿈치와 무릎이 안 좋았고, 러닝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한계에 직면했다. KIA 구단은 6월부터 대체 외국인투수를 찾아나섰고, 결국 지난 24일 웨이버 공시 마지막날 홀튼과의 이별을 발표했다.
한 때 선발진이 강점이었던 KIA지만, 지금은 아킬레스건이다. 당장 선발진 5명을 구성하는 것도 힘들다. 선 감독 역시 이 부분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빠르면 다음주에 새 외국인투수의 정체가 드러날 예정. 선 감독은 “우리 팀에 (양)현종이 외에는 이닝이터가 없다. 불펜진도 나이가 많아서 선발투수가 길게 던져주지 못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6회까지 3, 4점만 내주며 던져주는 투수가 왔으면 좋겠다”고 새 외국인선수를 향한 희망사항을 밝혔다.
▲ LG 스나이더, 공수에서 궁극진화 이끄나
네 팀 중 가장 낮은 순위에 자리한 LG지만, 외국인선수 교체는 가장 빨랐다. LG는 지난 1일부터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다. 좌타자에 외야수, LG에 너무 흔한 유형이지만, 스나이더는 데뷔전부터 수비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른 외야수보다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주며 안타성 타구를 두 개나 아웃으로 만들어버렸다. 강한 어깨로 송구 능력 또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타석에서도 하나씩 적응해가고 있다. 양상문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의 예상대로 잠실구장에서 벗어나자 홈런포를 가동했다. 22일 광주 KIA 3연전 첫 경기서 4타수 무안타 삼진 2개를 당했으나, 경기 후 양상문 감독에게 “잘 하려고 하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서 배트 스피드가 조금 늦다. 조금만 기다려 준다면 적응해서 좋은 타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23일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24일에는 1회 2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3타수 2안타로 한국무대 두 번째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스나이더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장타력 보강이 절실했던 LG에 구세주가 될 수 있다. LG는 고질병이었던 외야수비와 장타력을 스나이더 하나로 해결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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