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은 어느 정도에 있을까.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국을 떠난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큰 활약을 못했던 선수들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실패를 경험한 외국인 투수들은 현재 대부분 ‘재취업’에 성공한 상황이다. 올 시즌 퇴출된 케일럽 클레이(전 한화)와 조조 레이예스(전 SK), 크리스 볼스테드(전 두산)는 재빨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 클레이와 볼스테드는 LA 에인절스 산하의 트리플A팀 솔트레이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고 레이예스는 필라델피아 산하의 트리플A팀인 르하이밸리에서 뛰고 있다.
레이예스와 볼스테드는 아직 1경기씩 밖에 던지지 않았다. 아직은 팀 적응 단계다. 하지만 클레이의 경우는 눈여겨볼 만하다. 클레이는 올 시즌 10경기에 나가 3승4패 평균자책점 8.33의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그러나 솔트레이크에서는 5경기에 선발로 나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97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05에 불과하다. 퍼시픽 코스트가 대개 타고투저의 경향을 드러냄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짐을 쌌던 투수들 중에서도 대나 이브랜드(전 한화)의 활약이 눈에 띈다. 올 시즌 뉴욕 메츠에서 꾸준히 중간 계투 요원으로 뛰며 16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했다. 한화 시절 32경기에서 6승14패 평균자책점 5.54를 기록했던 이브랜드는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분명 좋은 공과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보낸 이브랜드가 우리보다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다.
‘희대의 먹튀’로 기록되며 삼성 팬들에게 악몽으로 남은 에스마일린 카리대도 멕시칸리그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티그레스 데 퀸타나 루 소속으로 뛰고 있는 카리대는 전 소속팀 기록을 합쳐 올 시즌 멕시칸리그 49경기에서 패전 없이 12세이브 평균자책점 2.67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불펜 요원 중에서는 트리플A에서도 이 정도면 A급에 속하는 성적이다. 미스테리한 일이다.
한편 당초 LG와 재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였으나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좇은 레다메스 리즈는 무릎 재활을 거쳐 최근 트리플A 무대에 승격, 3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 중이다. 대체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던 듀웨인 빌로우는 트리플A에서 20경기 선발 등판, 8승4패 평균자책점 3.78로 MLB 승격의 문을 꾸준하게 두드리고 있다.
부진한 성적에 파문까지 일으켰던 아담 윌크(전 NC)도 트리플A 21경기에서 7승9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 피츠버그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담의 한국 성적은 4승8패 평균자책점 4.12였다. 속이 쓰린 구단들이 몇몇 있을지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한국 무대의 수준이 트리플A와 견줘 결코 낮지 않다는 하나의 증거는 될 수 있다. 외국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능력, 그리고 외국인들이 제 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환경 조성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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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 소속으로 뛰고 있는 이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