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골 허용' 김병지, "김승규, 차는 것도 잘하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7.26 07: 09

백전노장 골키퍼 김병지(44, 전남)가 국가대표 수문장 김승규(24, 울산)의 킥력에 또 한 번 놀랐다.
팀 K리그와 팀 박지성은 지난 2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하 올스타전) 경기서 6-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팀 박지성의 수문장으로 선발 출격한 김병지는 이날 깜짝 쇼를 벌였다. 그는 이날 경기 전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경기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2001년 히딩크 감독님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올스타전에서 히딩크 감독님을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하겠다"라며 깜짝 이벤트를 예고했다.

김병지는 지난 2001년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와 경기서 골문을 비우고 중앙선 부근까지 나와 히딩크 감독의 간담을 서늘케 한 적이 있다.
김병지는 이날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공격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조용하던 김병지는 3-0으로 앞서가던 전반 25분에 드디어 공약을 이행했다. 상대 슈팅을 선방한 김병지는 그대로 골문을 비우고 뛰쳐나왔다. 하지만 김두현에게 곧바로 볼을 빼앗겨 위기를 자초했다. 김두현은 틈을 놓치지 않고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다행히 이근호의 헤딩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히딩크 감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병지는 "재밌는 추억을 만들려고 했다. 히딩크 감독님 앞에서 이전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고 싶었다. 힐링이 됐다. 올스타전은 팬들이 재밌어야 한다. 그래서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도 2001년 당시 사건(?)을 또렷이 기억하며 "김병지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홍콩이었는데 2001년 칼스버그컵에서 김병지가 미드필드로 막 치고 나가면서 드리블을 했다. 그래서 '오 마이 갓! 쟤 뭐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교체했다. 오늘은 '김병지가 또 뛰네?'라고 생각했다. 쇼였다. 김병지를 다시 봐서 만족한다"면서도 "이번에는 (김병지를) 교체하지 않으려고 내 자신을 많이 컨트롤했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김병지는 이날 후배 골키퍼 김승규에게 페널티킥 만회골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석주 주심의 편파 판정이 작용했다. 전반 27분 0-3으로 크게 뒤져 있던 팀 K리그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키커는 골키퍼 김승규였다. 김병지는 자세를 한껏 잡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김승규의 발을 떠난 공은 정반대인 왼쪽으로 향했다. 굴욕의 골이었다. 김병지는 "김승규의 페널티킥을 막으려고 했는데 막는 것도 잘하는 선수가 차는 것도 잘하더라"며 후배의 물오른 기량에 뿌듯해 했다.
한편 김병지는 신부를 자처하며 박지성과 함께 웨딩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에 대해서는 "원래는 예비 신부 김민지가 직접 나와서 하는 걸로 했었는데 지성이가 부담스러워 했다"면서 "내가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후배들이 나에게 시킨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에 빠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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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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