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몰라요" 11년차 이학준의 쨍하고 해뜰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7.26 13: 01

"야구 정말 몰라요".
한화 내야수 이학준(29)은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지난 2004년 프로에 입단한 그의 동기로는 이용규와 최진행이 있다. 그들이 스타로 성장하는 동안 이학준은 2군이나 1군 백업으로 보낸 시간이 많았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뒤 1군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지만, 딱히 인상적이지 못한 활약으로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랬던 이학준에게 쨍하고 해뜰날이 왔다. 깜짝 활약으로 무명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올해 1군 23경기에서 타율 3할3푼9리 20안타 4타점 4도루를 기록 중이다. 7월 15경기에서에만 18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3할5푼3리를 치고 있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 프로 데뷔 첫 3안타를 시작으로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으로 최근 5경기 모두 2안타씩 멀티히트.

이학준은 "경기에 자주 나가다 보니까 타석에서 집중력이 생긴다. 투수가 무엇을 던질지 생각하며 자신있게 하고 있다. 타석에서 여유가 많이 생겼다"며 "기술적으로 타격코치님께서 밀어치는 타격을 주문하신다. 이 부분을 연습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프로 통산 타율 1할8푼3리 타자의 놀라운 변신이다.
이학준의 활약은 뜻하지 않은 주전들의 부상에서 시작됐다. 한상훈과 송광민이 차례로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하자 2군에 있던 이학준이 부름을 받았다. 그는 "시즌 초반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잡지 못했다. 기회를 무의미하게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잘하든 못하든 계속 꾸준히 기회가 주어지니 심리적으로 안정됐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이학준처럼 발 빠른 선수가 잘해주면 좋을텐데"라고 말했다. 빠른 발을 갖춘 이학준이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 활용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프로 입단 초 LG 시절에는 스위치히터를 하기도 한 그는 장점을 살려 대주자로 자주 활용됐다. 만년 백업선수로 분류됐지만 주전들의 부상으로 잡은 주전 기회에서 숨은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이학준은 "나도 벌써 11년차다. 그동안 계속 버텨왔다. 야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에는 오히려 안 됐다. 그런데 올해처럼 형들이 다치면서 갑자기 기회가 왔고,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내며 점점 자신감이 붙고 있다. 야구는 정말 모르는 것"이라며 웃은 뒤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지금의 것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수비력이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한 포지션에 고정되지 못해 불안한 면이 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실책을 할까봐 경기를 잘 안 보신다. 수비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더 많은 연습을 한다. 1시간 미리 훈련에 나와 강석천 코치님의 펑고를 받는다. 그래야 나 스스로 불안해하지 않고 연습한 대로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이학준의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기나긴 무명 생활에도 이학준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쨍하고 해뜰날을 기다렸고, 데뷔 11년차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며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깜짝 활약, 야구는 정말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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