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상승' LG, 하나씩 완성되는 4강 방정식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7.27 05: 44

무서운 상승세다. 마운드에 있던 빈틈은 하나씩 메워지고 있고, 타석의 응집력도 몰라보게 강해졌다. 7월 성적 11승 4패로 리그 전체 1위, 4강권과는 어느덧 2.5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롯데 두산 KIA가 연패에 빠져 있는 틈을 제대로 비집고 들어갔다.
주목할 부분은 아직 LG는 100%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 1군 복귀를 준비 중이고, 변수였던 선수도 상수가 되고 있다. 하나씩 퍼즐이 맞아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하다. 이대로라면 양상문 감독이 예상했던 9월 이전에 5할 승률을 회복할 수도 있다. 하나씩 완성되고 있는 LG의 4강 방정식을 풀어본다. 
▲ 신 해결사, 브래드 스나이더

외국인타자 스나이더에게 붙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고 있다. 간결한 스윙 메커니즘·빠른 배트 스피드를 지녔음에도 패스트볼에 고전했던 모습을 지워가는 중이다. 일찍이 중견수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으며 외야진에 안정감을 가져온 스나이더가 최근 날카로운 타점 본능도 과시하고 있다.
첫 선발출장 경기부터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린 스나이더는 지난 23일 광주 KIA전에선 스리런포로 화끈하게 한국무대 첫 홈런을 신고했다. 이어 다음 경기서 2타점 2루타, 26일 잠실 롯데전도 2타점 2루타로 9경기 동안 9타점을 올렸다. 스스로 타이밍이 늦다고 느낀 스나이더는 양상문 감독에게 “잘 하려고 하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서 배트 스피드가 조금 늦다. 조금만 기다려 준다면 적응해서 좋은 타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홀로 실내 연습장에서 추가 타격 훈련에 임했다.
양 감독은 이를 두고 “스나이더가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굉장히 좋다. 사실 조쉬 벨은 이런 부분을 안 해서 아쉬웠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보다 가지고 있는 게 더 많은 선수라고 본다”고 했다. 덧붙여 “연습 타격 때도 보면 가운데로 가는 타구가 많다. 그만큼 타격이 정확하다는 뜻이다. 선수에게 있어 기본기는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고치기 힘든 부분인데, 스나이더를 보면 메이저리그 상위 지명 선수다운 자세가 느껴진다”고 스나이더를 향한 기대감을 전했다.
당장 벨과 비교하면 찬스 상황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메이저리그서 만루시 8타수 무안타, 한국프로야구서도 만루시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벨과는 정반대로 스나이더는 이미 만루에서 장타를 터뜨렸다. 득점권 타율도 벨이 2할2푼5리에 그쳤던 것에 반해, 스나이더는 4할1푼7리를 기록 중이다. 양상문 감독이 바랐던 ‘찬스에서 상대 투수를 주눅들게 하는 타자’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클린업에 스나이더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빅이닝도 늘어났다. 23일 광주 KIA전에서 LG는 스나이더의 3점 홈런을 포함해 4회초에 9점을 냈다. 24일 광주 KIA전 또한 1사 2루 찬스에서 스나이더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갔고 다음 타자 이병규(7번)가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며 총 4점을 뽑았다. 26일 잠실 롯데전에서 LG는 8회말 스나이더의 2타점 2루타를 포함해 6점을 더했다. 스나이더가 클러치히터로 활약하자 스나이더 타순 앞뒤에 자리한 이진영 이병규 박용택 등의 연쇄폭발이 일어난다. 
▲ 비장의 5선발 카드 신정락
팀 평균자책점 4.75로 리그 3위인 LG 마운드지만, 선발진 마지막 한 자리는 아킬레스건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리오단과 티포드, 그리고 토종 원투펀치 류제국 우규민의 선발 네 자리까지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째 선발투수는 찾지 못했다. 김선우와 임지섭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임정우가 5선발로 나오고 있으나 기복이 심하다.
그러던 중 26일 경기를 앞두고 신정락이 잠실구장 불펜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펜서 약 40개의 공을 던진 신정락은 특유의 무브먼트를 뽐내며 1군 복귀가 눈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렸다. 양상문 감독 역시 “정락이가 최근 3군에서 세 경기, 2군에서 한 경기 던졌다. 오늘 1군 불펜피칭에서 40개 정도 던졌는데 투구수 120개는 무리라고 해도 5이닝 정도 소화하는 것은 괜찮다. 신정락을 월요일(28일)에 선발 등판시키는 것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신정락은 지난 시즌 5선발과 불펜을 오고가며 9승 5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신정락은 마구를 뿌리지만 잦은 부상과 불안한 제구력이 약점인 미완의 대기였다. 그러나 2013시즌을 앞두고 투구 폼을 교정했고, 비로소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찾으면서 처음으로 1군서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신정락이 지난해의 모습을 재현한다면, LG 마운드의 화룡점정이나 다름없다. 다소 기복은 있으나 긁힐 때의 신정락은 리그 최정상급 사이드암 투수다.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에 공이 몰려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강렬한 무브먼트를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한다. 경우에 따라 롱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신정락은 지난 시즌 롯데를 상대로 5경기(선발 등판 4경기, 구원 등판 1경기) 23이닝을 소화하며 3승 0패 평균자책점 1.57의 괴력을 과시했다. 양 감독이 이야기한 신정락의 복귀 예정일 상대도 롯데다. 신정락이 28일 롯데와의 복귀전부터 호투한다면, LG는 4강 경쟁팀 필승카드를 보유하게 된다.
▲4강 방정식 마지막 승부수   
양 감독이 정한 5할 승률 회복 시기는 시즌 막바지인 9월이었다. 적어도 8월 중순은 돼야 베스트전력을 갖출 것으로 봤고, 때문에 서둘러 목표를 정하는 것을 지양했다. ‘올인’ 혹은 ‘승부수’ 같은 거창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그저 눈앞의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해왔다.
지금 LG의 기세가 언젠가 꺾인다고 할지라도, 남은 카드들을 통한 추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LG의 정신적 지주이자 심장인 이병규(9번)는 8월 중순 복귀를 목표로 곧 실전에 나선다. 최경철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윤요섭과 현재윤도 실전을 뛰며 컨디션을 맞춰가고 있다. 주전 3루수로 낙점된 후 오히려 부진, 지난 11일 엔트리서 제외됐던 김용의도 특훈을 통해 콜업 시기를 조율 중이다. 토종 투수 중 선발투수 경험이 가장 많은 김광삼이 1군에 합류한다면 LG는 마운드에 노련함을 더할 수 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운이 7할이고 기가 3할, 쉽게 말해 운이 기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즌 초반 LG는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5월 7일까지 일곱 차례의 연장승부서 1무 6패였다. 그러나 5월 13일 양상문 감독 데뷔전부터 하나씩 풀리더니 최근 세 차례 연장전을 모두 가져갔다. 지난 25일 잠실 롯데전은 4회초까지 1-9로 패색이 짙었다가 폭우로 인해 노게임 선언, 의도치 않게 1패가 지워졌다. 4강권 팀과 충돌하기에 앞서, 상대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LG와 경기에 결장하곤 한다. LG를 중심으로 우주의 기운이 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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