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 5시즌 만에 다시 내셔널리그로 돌아와 28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 제이크 피비는 여전히 그 제이크 피비일까.
2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된 제이크 피비는 올 이적시장에서 일찌감치 이름이 거론 됐던 선수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현재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데다 피비와 보스턴의 계약이 올 해로 종료(2015년 선수 옵션이 있지만 이미 달성 불가능하게 됐다)된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다만 올 시즌 1승 9패에 머물고 있는 성적과 연봉 1,500백만 달러가 변수였다.
피비를 영입할 수 있는 구단으로 다저스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맷 케인이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해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팀의 유망주 투수 두 명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피비를 영입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가 지게 될 연봉 부담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일부 보전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로선 포스트시즌 베팅에 대한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결과와 이에 대한 평가다. 과연 피비는 트리플A의 좌완 선발(에드윈 에스코바)과 우완 마무리(히스 헴브레) 두 유망주를 내준 것에 대한 보상을 해 줄 수 있을까.
▲내셔널리그 복귀
피비는 2002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메이저리거로 데뷔했다. 2009년 트레이드 마감시한(미국 날짜로 7월 31일)에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아메리칸 리그에서 뛰게 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만으로 3시즌을 뛴 뒤 2013년 7월 31일(피비는 이번까지 모두 3번 시즌 중 트레이드 됐다) 보스턴 레드삭스로 옮겼다.
피비는 샌디에이고에서 전성기를 가졌던 선수다. 2007년 19승 6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한 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것을 비롯,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92승 68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2003년부터 6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
아메리칸 리그로 옮긴 뒤 어깨 부상으로 2010년과 2011년 부진했지만 2012년 11승 12패, 2013년(시카고 + 보스턴) 12승 5패로 다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아메리칸 리그 소속으로는 41승 39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양 리그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만 승률은 내셔널리그(0.576)와 아메리칸 리그(0.513)의 차이가 평균자책점 만큼 격차가 있지는 않았다.
▲올 해 나이 33세
피비가 2007년 사이영상을 수상할 때는 26세였다. 올 해 나이는 33세다. 그 사이 던지는 볼도 변했다.
2007년이야 그렇다치고 샌디에이고에서 마지막 풀시즌을 보낸 2008년과 올 해의 구속 비교는 지난 온 세월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다음은 FANGRAPHS.COM의 자료에 기초한 구종별 구속이다.
우선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은 2008년 92.6마일에서 올 해 89.8마일로 줄어들었다. 2009년 시즌부터 잡히기 시작한 투심 패스트볼 구속은 90.6마일에서 89.9마일이다. (피비는 투심 패스트볼을 잘 던지고 자주 던지는 선수 중 한 명)커터는 87.5마일에서 86.5마일, 슬라이더는 84.4마일에서 82.2마일이 됐다. 체인지업(84.6마일에서 82.6마일) 역시 속도가 느려졌지만 빨라진 구종도 있다. 커브는 2008년 78.4마일에서 올 해는 79.6마일로 속도가 올랐다. (패스트볼이 느려진 가운데 빨라진 커브가 과연 좋은지는 차치하고)
올 시즌 새롭게 던지고 있는 구종도 눈에 뜨인다. 평균 구속 85.1마일의 스플리터다. PITCHf/x 집계로 전체 투구수 중 불과 0.3%로 잡혀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커브를 제외한 구종 별 구속 변화는 연령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고 변화의 정도 역시 급격하지 않고 완만함을 유지했다. 2010년 어깨 수술을 받고 이듬 해까지 힘든 재활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놀랄 만한 일일 수도 있다.
특히 투심 패스트 볼과 함께 피비의 주무기라고 할 수 있는 커터의 구속은 여전히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구, 구종의 배합, 타자와 심리전 등 시간이 지날수록 향상될 가능성이 높은 다른 요소로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는 변화로 여겨진다.
▲1승 9패 투수
2007년 피비는 fWAR 5.9였다. bWAR는 이 보다 더 높아 6.2에 이르렀다. 올 해는 fWAR 0.7, bWAR-0.0이다. 이걸로 보면 이젠 그냥 메이저리그에 흔하디 흔한 선수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를 움직이게 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았을까.
올 시즌 거둔 1승 9패의 내용을 뜯어 보면 실마리가 보이기는 한다. 자신의 올 시즌 20경기 선발 등판 중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은 5월 14일 미네소타 트윈스전(4.1이닝 6실점) 한 차례 뿐이다. 다음은 퀄리티 스타트. 절반이 넘는 11차례에 이른다. 6이닝 이상 던지고 자책점은 1점만 기록한 것도 5번이나 됐다. 아직은 선발 투수로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피비는 샌디에이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헐 값에 장기계약 해야 했고 그나마도 2009년 시즌 중간에 자신이 원하지 않던 대도시로 옮겨가야 했다. 그 사이 부상 등으로 부침도 겪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 리그에서 모두 포스트시즌을 경험했고 지난 해 월드시리즈 무대에도 선발 투수로 섰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에는 포스트시즌 특히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기는 하지만) 과연 돌아온 내셔널리그에서 팀의 기대만큼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시험대의 첫 상대가 류현진이다.
류현진과 피비는 2013년 3월 24일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류현진은 7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피비는 5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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