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무도-방콕’, 장기특집 피로도 날린 레전드 방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7.27 09: 57

‘밀고 당기기’의 달인 ‘무한도전’이 간만에 무거운 주제를 내려놓고 마냥 웃긴 방송을 내놨다. 올초부터 이어진 응원단과 레이싱 특집을 마무리한 직후 내놓은 방콕 특집은 그야말로 가벼운 웃음만 줄을 이뤘다. 편안하게 웃고 즐길 수 있었던 특집을 두고 시청자들은 ‘레전드 방송’이 탄생했다고 난리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26일 방콕 특집을 방송했다. 인천공항까지 가서 출국 수속을 밟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제작진이 마련한 몰래 카메라였다. 옥탑방에서 ‘방에 콕 박힌’ 채 무더위를 날리는 몸개그의 향연이 펼쳐졌다.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놓고 발씨름을 한다든가, 수족관에 있는 문어를 입으로 잡겠다고 연거푸 물 속에 얼굴을 집어넣는다든가, ‘무한도전’이 지난 9년간 안방극장에 펼쳐놓은 몸개그가 쏟아졌다. 일명 ‘약을 먹고 편집한’ 것처럼 보이는 제작진의 감각적인 자막은 뻔뻔하게 웃긴 특집을 완성했다. 분명 옥탑방에서 허접하기 그지 없는 태국 테마 여행이 진행됐지만, 철판을 깐 듯 진짜 태국에 온 것처럼 자막을 구성한 제작진의 웃음 형성 방식은 통했다.

고급과 거리가 먼 구성 속에서 웃고 떠들며 소박한 휴가를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웃었다. 대야에서 시원하게 물 장난을 마친 후 내리쬐는 태양 아래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이것도 좋다”고 만족하는 멤버들의 말 한마디가 찡했던 것은 이들이 지난 수개월간 가열차게 달려온 길을 알기 때문. 응원단과 레이싱 특집 등 몸을 쓰는 체력과 심리적으로 고달픈 특집을 끝낸 이들에게 옥탑방에서 장난을 걸고 농담을 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어졌다.
9년간 함께 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 등 멤버 6인이 서로의 표정을 살펴가며 웃고 떠들고 몸개그를 펼치며 만드는 웃음 조합은 편안한 즐거움을 만들었다. 물론 태국의 화려한 쇼를 보여주겠다며 나선 여성 작가들의 활약도 이날 방송이 대박을 터뜨린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무표정으로 아이돌 가수들의 춤을 색다르게 해석해 안방극장을 초토화시킨 김윤의 작가와 힘이 넘치는 로우킥으로 멤버들을 쓰러뜨린 김란주 작가까지 제작진까지 웃음을 선사했다.
다소 가볍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빵빵 터지는 재미가 탄생한 것. 덕분에 안방극장은 제작진이 사기를 치며 시작한 방콕 특집이 소장하고 싶은, 본 방송으로 봐서 고마운 ‘레전드 방송’이라면서 치켜세우고 있다. 딱히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웃음을 쥐어짠 것도, 거창한 구성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지만 멤버들을 옥탑방에 가두는 재기발랄한 시도만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사실 ‘무한도전’의 지난 9년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이랬다. 힘든 도전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가 어느 순간에는 ‘B급 유머’로 시청자들을 초토화시켰고, 어느 순간에는 쫄깃한 심리극과 추격전으로 짜릿한 즐거움을 만들었다. 물론 왜 특집을 마련했나 싶을 정도로 어디서 웃어야할지 모르는 웃음기가 없는 방송도 있었고, 호불호가 갈리다못해 비난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밀고 당기기’에 능하고, 재미의 기복이 있어 오히려 9년을 넘긴 이 프로그램의 힘이 사소한 구성만으로도 웃긴 방콕 특집에 녹아 있다.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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