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결국 투수 놀음이다".
한화 김응룡 감독이 확신에 찬 어조로 하는 말이다. 지난해에 비해 야수진이 많이 보강돼 공격력이 향상된 한화이지만 마우드 약화로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김 감독은 "공격은 사이클이 있지만 투수는 그렇지 않다. 야수들의 실책이 많은 것도 결국 투수들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 25~26일 대전 KIA전에서 연이틀 투수력으로 이겼다. 첫 날 8-3으로 승리한 데 이어 둘째 날은 2-1 한 점차 승리를 가져갔다. 김응룡 감독도 "이틀 연속 투수들이 제 역할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 중심에 바로 안영명(30) 박정진(38) 윤규진(30)으로 이어지는 철통 불펜이 있었다.

첫 날은 윤규진이 빛났다. 그는 7-3으로 리드한 7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안타 하나를 맞았을 뿐 탈삼진 4개 포함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140km대 후반의 강속구와 뚝 떨어지는 포크볼 조합으로 KIA 타선을 무너뜨렸다. 3이닝을 던지는 동안 투구수도 36개로 잘 끊었다.
윤규진이 하루 휴식을 취하게 된 26일에는 안영명과 박정진으로 끝냈다. 선발 라이언 타투스코가 6이닝 1실점으로 막은 뒤 안영명이 7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올라와 2이닝을 안타 1개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고, 9회에는 박정진이 140km대 중반 강속구를 뿌리며 탈삼진 1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한화가 최근 11경기에서 8승3패로 바짝 상승세 타고 있는 데에는 이들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이 기간 역전패가 두 번 있지만 경기 초반 선발투수들이 리드를 빼앗긴 것이다. 7월 전체를 봐도 구원에서 역전패한 게 1경기 뿐이다. 지난 3일 잠실 LG전으로 마지막. 올해 8회 이후 역전패가 8패나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변화다.
특히 최근 11경기 8승3패 기간 동안 안영명은 8경기에 나와 1승4홀드 평균자책점 1.26으로 위력을 떨치며 불펜의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 14⅓이닝 동안 투구수 238개로 팔 빠지게 던지고 있다. 구속이 140km대 후반까지 나올 정도로 힘이 붙었다.
투수 최고참 박정진도 이 기간 7경기에서 3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 중이다. 지난 22일 대전 NC전 3실점을 제외한 나머지 5경기 5이닝 무실점. 1점차 상황에서 거둔 세이브만 2개로 순도 높다. 윤규진 역시 5경기에서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2.84로 안정감을 자랑한다. 확실한 필승조가 구축됐다.
김응룡 감독은 "중간-마무리 투수들이 잘 막아주니 이기는 경기가 된다"고 말했다. 리그에서 가장 역전패(26패)가 많은 한화로서는 진작 이런 필승조를 구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밀려온다. 역전패를 잊은 한화가 탈꼴찌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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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명-박정진-윤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