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박병호 삼진에 큰 의미를 둔 이유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27 17: 30

김광현(26, SK)의 표정이 밝아졌다. 단순히 10승을 달성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진행됐다는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커브의 위력 향상에도 의미를 뒀다. 리그 최고의 타자 박병호(넥센)를 삼진으로 잡은 그 장면에 주목한 이유다.
김광현은 2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버티며 시즌 10승째를 따냈다. 개인으로서는 2년 연속 10승 달성이다. 어깨 부상으로 주춤했던 김광현이 완벽히 재기했음을 알리는 수치다.
사실 경기 내용은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위기관리능력과 에이스의 투지를 발휘하며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냈다. 김광현은 "경기 결과보다는 선취점을 주지 않겠다는 목표를 이뤘고 팀이 이겨 더 의미가 큰 승리"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원동력이 된 4회 무사 만루 무실점 상황을 되돌아봤다. 김광현이 주목한 것은 커브였다.

김광현은 4회 무사 만루에서 리그 홈런 1위 박병호를 만났다. 김광현은 "상대 간판 타자 아닌가. 맞으면 흐름이 완전히 넘어가게 되어 있다. 맞지 않고 싶었다"라며 정면승부를 건 이유를 밝혔다. 실제 김광현은 박병호를 상대로 직구 네 개를 연거푸 던지며 피해가지 않는 피칭을 선보였다. 그리고 타이밍을 뺏는 5구째 커브로 박병홍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김광현의 주무기는 빠른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의 조합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박병호에게 커브를 던진 것이다. 김광현은 "(정)상호형의 사인을 보는데 커브 사인이더라. 사인이 잘못 나온 줄 알았다"라고 웃으면서 "나도 그 상황에서 커브를 던질 줄 몰랐는데 상대는 오죽했겠느냐"라고 비결을 밝혔다. 의외의 한 수였다.
그 커브 하나는 김광현의 자신감을 배가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김광현은 "커브를 던지겠다고 경기 전부터 말했고 승부구로 커브를 써서 잡아냈다. 성취감이 느껴지더라.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 같다"라며 담담하게 전날 상황을 돌아본 뒤 "앞으로도 커브를 승부처에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의의를 짚었다. 점차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는 투수가 되어가고 있는 김광현의 얼굴에는 알듯 모를 미소가 흘러나왔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