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좀 더 했으면 좋겠네요."
대한항공은 27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남자부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0(25-22, 25-19, 25-22)로 완파하고 2011년 이후 3년 만에 컵대회 정상에 섰다. 컵대회 1승이 목표였다던 김종민 감독은 대한항공 사령탑 부임 이후 첫 우승에 성공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김 감독은 "신영수가 에이스답게 해주고 강민웅이 자기 페이스를 찾았다. 전진용도 헤맬 줄 알았는데 가운데서 잘해줬다.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경기하면서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경기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기쁨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김 감독이 경기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바란데는 이유가 있다. 대한항공은 비시즌 동안 연습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완패의 늪에 빠져있었다. 전광인이 없는 한국전력에 다섯 세트를 내주고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패하고, 컵대회 결승전 상대였던 우리카드와도 두 번 경기해 1-7로 졌다. OK저축은행과 경기서도 1-3으로 패했다. 그러나 컵대회에서는 조별리그 첫 경기서 패한 후 끈질기게 승리를 쟁취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김 감독이 "(연습경기와 비교해)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 이유다.
연습경기서 패한 날에는 선수단 숙소가 있는 신갈저수지까지 뛰어갔다 오도록 하는 '선착순'도 실시했다. 선수들은 경기에서 참패한 쓰라림을 안고 저수지를 왕복하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김 감독은 대회 우승이라는 결실을 맛본 후에야 "연습경기서 계속 지면서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다. 잘 극복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우승 뒤에는 노력이 있다. 김 감독은 비시즌 동안 체력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시간도 늘렸다. 웨이트 트레이닝만 한 시간 반, 인터벌로 실시하는 러닝도 40분씩 뛰게 했다. 신영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극한으로 몰아붙이셨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들이 땀흘린 대가를 컵대회에서 느꼈을 것이다. 이번 대회 끝나고 휴가를 준 후 돌아오면 다시 훈련을 강하게 시킬 것"이라며 정규시즌을 겨냥해 '지옥훈련'을 예고했다.
지난 시즌 갑작스러운 한선수의 군입대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낸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후 아쉽게 현대캐피탈에 가로막혔다. 김 감독은 "한선수가 군대에 가지 않을 줄 알고 마이클 산체스를 데려왔는데 군대 때문에 꼬였다. 아직도 꼬인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해봐야한다"며 정규시즌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래도 첫 경기 지고 무너질 줄 알았는데, 심리치료가 효과가 있나보다"며 웃은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한 세트에서 범실을 두 자릿수로 하고 그런 경우가 있었다. 자세히 분석해서 정규시즌 때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 코트 안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끈끈한 팀을 만들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다행히, 내년 1월 제대를 앞둔 김학민이 시즌 후반부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김 감독에게는 천군만마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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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