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가 무너지며 후반기 첫 패배를 당한 SK였지만 그래도 하나의 위안은 있었다. 생애 첫 1군 무대 시즌을 보내고 있는 우완 이상백(27)의 호투였다. 불펜 과부하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팀 사정을 고려하면 향후 기대치를 키우는 투구 내용이었다.
SK는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마운드가 넥센의 장타력을 버텨내지 못하며 6-10으로 졌다. 상대 에이스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비교적 타격이 힘을 냈음을 고려하면 역시 마운드 쪽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이상백의 투구 내용은 주목할 만했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SK에 입단한 지난해까지 1군 무대 경력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1군에서 5경기를 던지며 4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 피안타율 6푼3리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26일에는 어깨 통증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박정배 대신 다시 1군에 등록됐다. “허건엽 이상백 등 신진급 불펜 투수 중 스타가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이만수 감독의 바람도 간절했다.

그런 이상백은 27일 경기에서 넥센 타선을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았다. 4-10으로 뒤진 6회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상백은 넥센 상위타선을 상대로 물러섬 없이 싸웠다. 서건창을 삼진, 이택근과 유한준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6회를 마쳤다. 7회에는 선두 박병호에게 몸에 맞는 공, 강정호에게 안타를 맞으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침착하게 위기를 헤쳐나갔다.
김민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이상백은 대타 이성열을 1루수 땅볼로 잡으며 아웃카운트를 늘렸고 만만치 않은 타자인 문우람을 포크볼을 이용해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7회를 마쳤다. 공격적인 승부, 그리고 배짱있는 승부를 펼치며 25개의 공으로 6,7회를 막았다. 2⅔이닝 동안 볼넷은 없었고 삼진은 4개나 됐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상백은 2사까지 잘 던지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우완 정통파인 이상백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0㎞대 초반으로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공 끝에 힘이 있는 편이고 낙차 큰 포크볼을 가지고 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는 27경기에서 1승2패4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며 허건엽과 함께 가장 성장한 2군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 1군 경험이 부족해 필승조에 합류할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지고 있는 경기에서 상대를 붙잡는 역할만 해준다면 후반기, 그리고 다음 시즌을 내다본 SK의 계획에도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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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