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이 답답하고 개연성 없는 전개로 아쉬운 행보를 보인 가운데서도 ‘재회 커플’인 이동욱과 이다해의 믿고 보는 연기 조합은 안방극장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난 27일 종영한 ‘호텔킹’은 극과 극을 오가는 전개 속에 악행을 거듭하는 이중구(이덕화 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반복되며 지루하고 짜증을 유발하는 드라마였다. 죽은 후에도 차재완(이동욱 분)에게 심적 고통을 남긴 중구는 그야말로 드라마를 산으로 가게 만든 불사조 캐릭터였다. 답답하고 분노가 치솟는 전개는 설득력이 없었고, MBC 주말드라마 성공 릴레이가 끊어지는 이유가 됐다.
이 가운데 이 드라마를 이끈 ‘재회 커플’인 이동욱과 이다해는 제 몫을 했다. ‘마이걸’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시청자들에게 ‘깡패 케미(케미스트리, 조합)’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 조화를 보여줬다.
이동욱은 이 드라마에서 거대한 음모에 맞서 중심을 잡고 호텔 씨엘과 아모네(이다해 분)의 방패막이 되는 재완의 단단한 카리스마를 매력적으로 그렸다. 내면의 상처는 애써 숨긴 채 '악역 끝판왕'인 이덕화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드라마의 쫄깃한 재미를 더했다. 총지배인이 아닌 모네를 사랑하는 한 남자일 때는 섹시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힘과 힘의 대결을 보여줘야 할 때는 강단 있는 폭발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연기에 있어서 흠 잡을 데 없는 배우인 이동욱은 이다해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사랑하고 싶은, 사랑받고 싶은 남자로 안방극장을 휘감았다. 작은 머리스타일의 변화만으로도 섹시와 카리스마를 오고갈 수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이동욱이 속 터지는 운명의 재완으로 시청자들을 홀렸다.
애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귀여운 남자였다가, 손길 하나만으로도 설렘을 유발하는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가, 거대한 슬픈 운명 속에 허우적거리는 안타까운 남자였다가 극과 극을 오고가며 재완이라는 인물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이다해가 연기한 아모네는 더 이상 너덜너덜해질 곳이 없을 정도로 고달픈 운명에 놓여있는 인물이었다. 눈물 지을 일이 많은 이 드라마에서 이다해는 화려한 패션과 당당한 몸가짐으로 모네의 슬픈 운명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화려한 외관으로 약한 내면을 숨기는 것. 이 같은 이중적인 모네의 도회적이면서도 연약한 구석은 이다해라는 팔색조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아픈 상처에 몸부림치며 가냘픈 매력을 뽐내며 모네의 다양한 면모를 완벽히 표현했다. 이다해는 톡톡 튀는 매력과 동시에 동정심을 유발하는 아픈 현실에 몸둘 바를 모르는 모네의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다해는 어쩔 수 없이 행동 자체가 과장 일색인 모네를 발랄하게 연기하며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극과 극을 오가는 전개 속에서 이다해의 감정 연기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초반부터 달달하고 애절한 로맨스를 형성했다. 눈빛만 봐도 연인처럼 보이는 빼어난 조합은 막장 전개 속에 숨통이 트이는 부분이었다. 휘몰아치는 감정 연기를 보여준 이동욱과 팔색조 연기로 드라마를 탄탄하게 받친 이다해가 있었기에 그나마 ‘호텔킹’에 리모컨을 고정하게 했다.
한편 ‘호텔킹’ 후속으로는 죽음을 앞두고 하나 뿐인 아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려는 한 여자와 남편의 옛 연인과 세상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한 여자의 우정을 그린 ‘마마’가 다음 달 2일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송윤아, 정준호, 문정희, 홍종현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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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킹’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