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우승 만든 두 가지...'선착순'과 '심리치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7.28 06: 37

"다시는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뛰었어요."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가 통산 3번째 컵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남자부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0(25-22, 25-19, 25-22)으로 완파하고 2011년 이후 3년 만에 컵대회 정상에 섰다. 컵대회 1승이 목표였다던 김종민 감독은 대한항공 사령탑 부임 이후 첫 우승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주전 세터 한선수의 갑작스러운 군입대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필사적인 노력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의 벽에 가로막혀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규시즌을 마감한 후, 비시즌에도 대한항공의 부진은 계속됐다.

대한항공은 비시즌 동안 연습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완패의 늪에 빠져있었다. 전광인이 없는 한국전력에 다섯 세트를 내주고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패하고, 컵대회 결승전 상대였던 우리카드와도 두 번 경기해 1-7로 졌다. OK저축은행과 경기서도 1-3으로 패했다. 그러나 컵대회에서는 조별리그 첫 경기서 패한 후 끈질기게 승리를 쟁취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김 감독이 우승 후 "(연습경기와 비교해)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 이유다.
김 감독은 연습경기서 패한 날에는 선수단 숙소가 있는 신갈저수지까지 뛰어갔다 오도록 하는 '선착순'을 실시했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은 경기에서 참패한 쓰라림을 안고 저수지를 왕복하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김 감독은 대회 우승이라는 결실을 맛본 후에야 "연습경기서 계속 지면서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다. 잘 극복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신영수는 '공포의 신갈저수지 선착순'에 대해 "체력훈련도 힘들지만 선착순은 경기를 못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욱 심했다. 다시는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뛰었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은 신갈저수지로 가는 길목 중간중간에 코칭스태프를 세워두고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빠져'있으면 불호령을 내렸다. "조금만 천천히 뛰자, 하고 있으면 빨리 안뛰냐는 소리가 들려서 전력으로 뛰었다"고 돌아본 신영수는 "1등은 대부분 백광언 차지였다. '뛰어' 소리 나오자마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리나케 달려가더라"고 덧붙였다.
팀을 바꾼 또 하나의 키워드는 심리치료다. 대회 첫 날 김 감독이 "지난 시즌 중반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털어놔 화제가 된 심리치료는 선수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신영수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즐거운 분위기에서 하다보니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긍정적이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김 감독 역시 만족한 기색이다. "첫 경기 지고 무너질 줄 알았는데, 심리치료가 효과가 있나보다"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서 LIG손해보험에 패한 후 무너지지 않고 우승을 일군 선수들에 대한 칭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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