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투수 생각하는 김광현의 ‘에이스’ 마음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28 13: 01

“이왕 자리가 마련됐으니 구단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한 번 이야기해보라”
김광현은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를 앞두고 꽤 오랜 기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26일 문학 넥센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10승 고지를 밟아서 그런 것인지 얼굴 표정도, 분위기도 밝았다. 가벼운 이야기로 환담이 이어졌고 우연찮게 시작된 인터뷰도 길어졌다.
그런데 어쩌다 구단에 건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김광현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생각났다’라는 듯 하나의 건의를 했다. 바로 승리시 팀 자체적으로 수여하는 수훈선수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광현은 구단 관계자에게 “불펜 투수들도 수훈선수상을 받을 수 있게끔 해 달라. 아니면 따로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부탁했다.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불펜투수들의 처우 개선 내용이었다.

이유에 대해 묻자 김광현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김광현은 26일 문학 넥센전에서 수훈선수가 됐다. 6이닝 1실점으로 팀 승리의 기틀을 놨으니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자신에 이어 등판한 윤길현(31)의 호투에 대해 칭찬을 늘어놨다. 김광현은 “보는 시각에 따라 내가 받을 수도 있지만 어제(26일) 같은 경우는 (윤)길현이형이 받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길현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또 하나의 경기 MVP였다.
김광현은 “요즘 우리 불펜 투수들이 과부하니, 뭐니 논란이 많지 않은가. 수훈선수상을 받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상금은 쏠쏠한 용돈도 된다”라면서 불펜투수들의 희생에 대해 자그마한 보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항상 불펜에 대해 미안함을 드러내며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김광현의 마음씨가 구단에 대한 건의사항에서도 잘 드러난 것이다.
김광현은 재차 “중간투수들이 수훈선수를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챙겨달라”라고 건의했고 이에 구단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라고 화답했다. 그때서야 김광현도 그간 가슴 속에 숨겨뒀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놨다는 듯 밝게 웃었다. 더 이상의 개인적인 건의 사항은 없었다. 실력도, 마음씨도 모두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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