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를 주름잡던 왕년의 오빠들이 한데 뭉쳤다. 30대 중턱을 훌쩍 넘겨버린 이들의 체력은 분명 예전만 같지 않았지만, 오랜시간 축적된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련미는 장장 5시간 동안 객석의 팬들을 십분 만족케 했다. 바로 핫젝갓알지의 '위시 콘서트' 이야기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청담 씨네시티 엠큐브에서는 프로젝트 그룹 핫젝갓알지(HOT+젝스키스+g.o.d+NRG)의 '위시 콘서트'가 열렸다. 이는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위시(WISH: Where Is my Super Hero?)' 방송 녹화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당초 방송을 통해 핫젝갓알지 SNS에서 6만 9950개의 '좋아요'를 받으면 진행키로 했던 '위시 오픈 콘서트'는 4만 4000개의 '좋아요'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4만여명의 팬들에게는 고마움도 전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어 진행됐다.

갑작스럽게, 그것도 소규모 게릴라성으로 하게 된 이번 콘서트는 잠실 주경기장처럼의 대형 공연장은 아니었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연장에 입성한 300여명의 각 정예팬들의 떼창과 환호성은 현장을 삽시간에 뜨겁게 달궈 여전한 그들의 인기를 실감케 만들었다.
또한 흰색(HOT), 노란색(젝키), 펄실버(은지원), 하늘색(지오디), 분홍색(엔알지) 등의 풍선과 야광봉들이 좁은 공간에서 어지럽게 뒤엉켜 나름의 장관을 이뤘다.
'위시 콘서트'는 공연이라기보다는 토크쇼에 가까웠다. '보이는 라디오' 콘셉트로 이를 진행했던 핫젝갓알지 멤버들은 여러 코너를 준비해 현장에 모인 팬들의 기대를 다각도로 충족시켰다. 노래를 불렀던 건 신청곡을 받고 HOT의 '전사의 후예', 지오디의 '어머님께', 그리고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으로 화음을 맞췄을 때 뿐이다.

하지만 오후 7시에 시작되어 총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날 '위시 콘서트'는 무려 3시간을 초과해 밤 12시에 마무리됐다. 핫젝갓알지가 늘어난 입담과 넉살로 토크 만으로 팬들을 쥐락펴락했기 때문.
이날 '위시 콘서트'는 루머에 대해 자신들이 직접 진위여부를 밝히고 해명하는 코너 '진실 혹은 거짓', 현실적인 연애고민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19금 토크 '우리 이제 다 컸어요', 프리허그, 핫젝갓알지로 인해 위로받고 꿈을 실현한 팬들의 이야기 '위시 사연' 등으로 꽉 찼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하는 데니안의 안정적인 진행을 중심으로, 수시로 예능감을 발휘해 재미를 선사한 문희준, 재치있는 발언과 특유의 고집으로 팬들과도 밀당했던 은지원, 그리고 스스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던 천명훈의 도발적 언행까지…이들은 모두 다 됐다.
후원자도 든든했다. '교대역 외국인'으로 알려진 안코드가 지오디 콘서트에 이어 이곳에서 등장해 히트곡 메들리를 완성했고, 팬을 자처한 유승우도 게스트로 나서 기타 연주를 곁들인 핫젝갓알지 메들리를 선보였다. 젝키의 멤버 장수원, 김재덕으로 구성된 제이워크도 '커플' '여우비'로 모두를 추억에 젖게 했다. 객석의 팬들은 격한 떼창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팬 지오디 출신의 아이유를 필두로, 박형식, 갓세븐 등 후배 가수들의 응원 영상도 이어졌으며, 핫젝갓알지의 '깨알 연기'가 돋보였던 재연 영상들도 큰 웃음을 안겼다.
마무리는 핫젝갓알지의 멤버 토니안의 등장이었다. 방송 녹화가 모두 끝나고 "이제부터는 비방이다"는 문희준의 멘트 후 무대에 등장한 이는 바로 지난해 '도박 물의'를 빚고 자숙 중이던 토니안. 그는 무대에 굳은 표정으로 올라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의 '위시 콘서트'는 당시의 감동들을 추억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1세대 아이돌의 성장과 현재를 확연히 보여줬다. 그룹이 아닌 솔로로도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 중인 문희준, 은지원, 데니안, 천명훈은 진행과 노래, 토크 등을 모두 자체 소화하며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팬들과 마주했다. 팬들 역시 타 팬들과의 불협화음 없이 한데 어울려 성숙한 팬문화를 보여줬다.
한편, 이들을 다시 뭉치게하고 깜짝 콘서트를 마련한 온스타일 '위시'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이날 펼쳐진 '위시 콘서트' 녹화분은 오는 8월 9일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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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스타일 제공, 박현민 기자(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