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29, 두산 베어스)은 잠실에서 있었던 SK 와이번스와의 지난 주중 3연전 기간 동안 별 말이 없었다. 침묵은 그 어떤 말보다 부담감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4일 뒤. 오재원은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대표팀 2루수 경쟁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28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24인 명단에는 오재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재원은 서건창(넥센), 정근우(한화)와의 경합 끝에 승리했다. 정근우는 국제 경험이 풍부하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오재원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오재원은 이번 시즌 7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6리에 4홈런 23도루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도루를 23차례 성공하는 동안 실패는 단 3번이 전부였다. 빠른 발을 이용해 단타로 그칠 타구에 2루를 파고드는 과감한 베이스 러닝과 더불어 창의적인 수비 시프트도 돋보인다.

앞서 밝혔듯 내야의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오재원의 가장 큰 장점이다. 주 포지션인 2루를 포함해 오재원은 3루, 유격수 위치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다. 또한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내야수 중에서도 드물게 오재원은 1루 수비에도 무리가 없다.
이러한 오재원이 있어 대표팀은 경기 막판 전술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오재원은 정확한 타격과 투수를 괴롭히는 끈질긴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고, 폭발적인 스피드와 센스를 겸비했다. 주전은 물론 대타나 대주자 중 어떤 형태로 경기에 투입돼도 공격 후 수비에서 내야 어떤 위치든 들어갈 수 있다. 대수비로도 유용하다.
대표팀이 무엇보다 기대하는 것은 오재원의 투지다. 오재원은 평소 경기장에서 어떤 선수보다 강한 투지와 승부욕을 보이는 선수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은 병역 미필자인 오재원에게 마지막 기회인만큼 더욱 의욕 넘치는 모습이 기대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총 6명의 내야수가 출전한다. 넥센의 주전 내야수 4명 중 3명(박병호, 김민성, 강정호)이 뽑혔고, 다른 팀에서는 오재원이 김상수(삼성), 황재균(롯데)과 함께 내야에 포진한다. 3루수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올린 박석민(삼성)은 제외됐다. 주 포지션이 2루수인 선수는 오재원이 유일해 당초 멀티 백업으로 활약할 전망이던 오재원은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도 얻었다.
한편 이날 병역 미필 선수들의 희비는 다소 엇갈렸다. 안정적으로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보였던 손아섭(롯데), 나성범(NC) 등은 예상대로 무난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재원과 함께 가장 절박한 선수 중 하나였던 나지완(KIA)도 자신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차우찬(삼성)과 유원상(NC)이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이어 이번에도 발탁됐지만, 선발 요원인 이재학(NC), 이태양(한화), 셋업맨 한현희(넥센)가 선발된 반면 불펜 투수인 윤명준(두산)은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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