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관심을 모았던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지난 28일 발표됐다. 아마추어 선수인 우완투수 홍성무(동의대)를 포함해 총 24명의 선수가 류중일호에 승선했다.
일반적인 프로 구단과 달리 대표팀을 구성할 때 좋은 점은 퍼즐 조각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크고 작은 잡음에도 원하는 퍼즐 조각들을 골랐다면, 잘 맞춰 멋진 그림을 만드는 일만 남는다. 대표팀의 류중일 감독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선호한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쳤고, 실제로 그런 의견이 일부 반영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키 플레이어가 된 오재원의 활용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 오재원은 이번 대표팀 내야수 중에서 유일하게 주 포지션이 2루수인 선수다. 류 감독은 대타, 대주자, 대수비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오재원의 전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지만, 현 엔트리에서는 오재원을 주전 2루수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오재원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다면, 전문 2루수가 아닌 선수가 2루수로 선발 출장하는 것을 봐야 한다. 오재원을 선발로 쓴다 해도 오재원이 경기 중에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게 되면 수비가 중요한 경기 중후반에 2루 경험이 적은 선수가 2루를 지켜야 하는 어려움도 생긴다.
오재원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가장 매끄럽게 할 수 있는 것은 2루 수비다. 오재원이 2루를 비우면 오재원의 능력도 100% 발휘할 수 없고, 팀의 2루수 자리에도 오재원보다 2루 수비에 능하지 못한 선수가 들어와야 한다. 많은 2루수 중 오재원을 뽑은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오재원만 뽑은 것은 문제다. 여러 포지션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명분으로 데려간 오재원을 2루에만 묶어두는 결과로 작용할 수도 있다.
3루수를 1명만 뽑고 전문 2루수인 서건창(넥센)이나 안치홍(KIA) 중 하나를 최종 엔트리에 넣었다면 오재원을 백업으로 두고 2루와 3루에 생기는 구멍을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었겠지만, 3루수 자리에는 미필인 황재균(롯데)과 김민성(넥센)이 선발됐다. 그렇다고 강정호(넥센)나 김상수(삼성)를 제외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문 유격수를 1명만 두면 위험부담이 따른다.
결과적으로 박병호(넥센)도 발이 묶인다. 전문 2루수 하나가 더 있을 경우 박병호가 수비를 하기 어려운 몸 상태가 되더라도 박병호를 지명타자 자리에 놓고 오재원을 1루수로 쓸 수 있다. 하지만 2루수가 오재원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박병호가 어떻게든 1루에 서는 것이 낫다. 2루수가 부족해 박병호의 가용 범위, 전체적인 수비 짜임새도 줄어든 것이다.
대표팀은 어디에나 쓸 수 있는 오재원을 한 자리에 고정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물론 김상수나 김민성이 2루 수비를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면 큰 상관이 없겠지만, 오재원의 전술적 활용 폭이 좁아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부상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일단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이 옳았는지 평가하는 것보다는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 류중일 감독이 어떤 묘수로 선수들을 적절히 조합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을 향한 대표팀의 여정을 이끌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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