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일원이 된 오재원의 첫 마디는 “지금까지 정말 힘들었다. (대표팀에 선발된 것이) 영광스럽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기쁘다는 말보다 힘들었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하는 한 마디였다.
오재원은 지난 28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주 포지션이 2루수인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류중일 감독과 기술위원회의 선택을 받았다. 오재원은 대표팀의 주전 2루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낱낱이 감정표현을 늘어놓지 않는 오재원이지만, 그런 오재원에게도 대표팀 발탁은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오재원은 29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했던 인터뷰에서 “프로에 와서 대표팀이 된 것은 처음이다. 가족들도 내가 뽑히기까지 내 심적 부담이나 힘든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식을 듣고 부모님도 모두 우셨고, 동생도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휴대전화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축하를 받은 오재원은 그 다음날인 29일에도 아시안게임과 관련된 일로 바빴다. 두산 관계자가 (현재 오재원이 두산에서 사용하고 있는) 17번이 유원상(LG)과 겹친다며 대표팀에서 사용하고 싶은 번호를 물어왔다. 이에 오재원은 17번 아니면 53번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답했다. 둘 다 17번을 원할 경우 선배인 오재원에게 17번 유니폼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재원은 번호를 자주 바꾸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오재원은 프로 생활을 하며 7번과 97번, 그리고 53번을 거쳐 지금은 17번을 달고 있다. 오재원은 “53번은 대학 때부터 쓰던 번호라서 의미가 있다. 올해는 13, 15, 17 중에 고르다가 아버지 생신이 10월 17일이라 17번을 쓰게 됐다. 한 번호를 계속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길어도 2~3년에 한 번은 바꾼다”고 설명했다.
유니폼 속 번호는 어떤 번호가 될지 알 수 없지만, 키스톤 콤비네이션을 이룰 파트너는 바뀐다. 공수를 겸비한 리그 최고 유격수 강정호(넥센)와 함께 뛰는 것에 대해서는 기대를 나타냈다. 오재원은 “워낙 수비가 좋아 같이 해보고 싶었던 선수다. 강정호 같이 기본기가 있으면서도 자기 스타일이 가미된 선수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좋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맞춰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끝난 뒤 오재원은 덕아웃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대표팀에서 야수 막내급 선수였던 김현수가 전하는 올림픽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김현수는 베이징 올림픽과 2년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를 두루 거치며 경험한 것들을 오재원에게 들려줬다. 김현수의 이야기는 웃음을 유발하는 에피소드 위주였지만, 듣는 오재원의 자세는 이내 진지해졌다.
오재원은 지난 2월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며 반드에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지금, 오재원은 각고의 노력으로 자기가 서있고 싶은 위치에 있다. 최종 목표까지는 앞으로 2개월가량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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