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상 가장 화려한 홈런왕 집안 싸움이 될 듯하다. 넥센 박병호(29)와 강정호(27)가 역대급 홈런왕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지난 29일 목동 한화전에서 나란히 홈런포를 가동했다. 강정호가 3회 장외로 넘어가는 비거리 125m 좌월 솔로포로 시즌 29호 홈런을 기록하자 박병호도 7회 비거리 145m 대형 좌월 솔로포로 시즌 32호 홈런을 마크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3개차 홈런 1~2위를 유지했다.
올해 홈런왕 경쟁은 박병호와 강정호의 2파전으로 흐르고 있다. 박병호가 6월까지 29홈런으로 압도적인 기세를 보이다 7월 3홈런으로 주춤한 반면 6월까지 22홈런을 친 강정호가 7월에도 7홈런으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격차를 가시권으로 좁혔다. 이 부문 공동 3위 에릭 테임즈(NC) 이승엽(삼성)이 22홈런으로 박병호-강정호와 격차가 크다.

결국 넥센 집안 싸움이 되고 있다. 역대를 통틀어 한 팀에서 홈런 1~2위가 나온 건 8차례 있었다. 1982년 해태 김봉연-김준환, 1986년 해태 김봉연-김성한, 1987년 삼성 김성래-이만수, 1988년 해태 김성한-장채근, 1993년 삼성 김성래-양준혁, 1997년 삼성 이승엽-양준혁, 2006년 롯데 이대호-호세, 2009년 KIA 김상현-최희섭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박병호와 강정호의 페이스는 역대 홈런왕 집안 싸움에서 최다 기록을 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KIA 김상현과 최희섭이 둘이서 69개의 홈런을 합작했는데 이는 같은 팀에서 홈런 1~2위가 케이스 중 최다 기록이었다. 그 다음이 1997년 삼성 이승엽과 양준혁의 62개. 박병호와 강정호는 벌써 62개의 홈런을 합작해 1997년 삼성 이승엽-양준혁과 나란히 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박병호는 47.6개, 강정호는 43.2개의 홈런이 가능해 약 90개의 홈런이 기대된다. 2009년 김상현-최희섭을 넘어설 게 확실하다.
홈런왕 집안 싸움을 벌인 타자들은 함께 중심타선을 형성하며 서로 끌고 밀어줬다. 가장 적은 차이로 홈런왕이 결정난 건 1997년 이승엽과 양준혁이다. 그해 이승엽은 32홈런으로 데뷔 첫 홈런왕을 거머쥐었고, 양준혁은 이종범과 함께 30개로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1986년 김봉연(21개)-김성한(18개), 2009년 김상현(36개)-최희섭(33개)의 차이도 3개 뿐이었다.
박병호와 강정호의 최근 페이스를 보면 역대 가장 적은 차이로 홈런왕이 결정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박병호가 주춤한 사이 강정호의 기세가 워낙 뜨겁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동 홈런왕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로 공동 홈런왕은 1985년 삼성 이만수와 해태 김성한이 나란히 22개를 기록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둘 중 누구라도 홈런왕이 되면 역사를 쓰게 된다. 2012~2013년 2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박병호가 3년 연속 홈런왕이 되면 이만수(1983~1985) 장종훈(1990~1992) 이승엽(2001~2003)에 이어 역대 4번째가 된다. 내년에는 최초의 4년 연속 홈런왕에도 도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강정호는 1990년 빙그레 장종훈에 이어 두 번째 유격수 홈런왕의 역사를 쓰게 된다. 어느 쪽이든 넥센으로서는 경사스런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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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