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선배가 첫 번째였고, (신)현철이가 두 번째로 출전 기회를 얻었다. 나는 세 번째 유격수였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얼떨결하다”
김성현(27, SK)는 시즌 초반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김성현의 말대로 그는 팀의 세 번째 유격수였다. 개막전 주전 유격수는 베테랑 박진만이었다. 백업으로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에 입단해 이만수 감독의 주목을 받은 동기 신현철이었다. 김성현은 ‘3순위’였다. 전지훈련 때도 주전보다는 내야 전 포지션의 백업을 볼 수 있는 선수라는 전략적 가치에 더 무게를 뒀다. 하지만 김성현은 이제 SK 내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김성현은 개인 최고의 한 해를 예약했다. 29일까지만 81경기에서 259타수를 소화했다. 김성현의 한 시즌 최다 출전은 지난해 97경기, 한 시즌 최다 타수는 2012년 163타수였다. 타수는 이미 경신했고 경기수도 시즌 막판에 이르면 무난한 개인 최다 기록이 예상된다. 김성현으로서는 주전급 선수로 도약한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하루 하루 버티고 있다”라며 어려움을 에둘러 말하고 있는 김성현이지만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다.

많은 출전 기회만큼 많은 경험을 쌓았고 많은 성장을 이뤄내는 시즌이 되고 있다. 타격에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 시즌 2할9푼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그간 “공격은 약한 선수”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올해는 무시할 수 없는 타자가 됐다. 김경기 정경배 코치와 중심이동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으면서 타구의 질도 한층 좋아졌다. 강한 타구가 많아졌다. 김성현은 “타격은 내가 가진 기량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많은 보완점이 드러난 한 해이기도 하다. 김성현은 수비를 아쉬움으로 뽑는다. 김성현은 올 시즌 14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의 기본기는 ‘최고 내야수’ 출신인 팀 선배 박진만도 인정하는 김성현치고는 많은 실책이다. 이에 김성현은 “아쉽다. 공이 두렵거나 그런 건 없는데 실책이 나오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송구와 포구 모두가 문제다”라면서 “(1루수인) (박)정권이형의 포구가 없었다면 실책이 3~4개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후반기 남은 일정은 수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로 했다. 체력적으로 지치는 시기지만 수비 훈련만은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다. 김성현은 “수비를 중점적으로 보고 후반기를 대비하겠다”라면서 “타율이나 타순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만 규정타석을 채워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리고 타율보다는 출루가 우선이다”라는 목표를 조심스레 드러냈다. 이미 자신의 최고 시즌을 예약한 김성현이 SK 내야의 장기적인 대안으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