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손예진 "청순? 치열한 배우로 기억되고파"[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7.30 08: 54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순 여배우 손예진이 검을 치켜들었다. 거친 바다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해적선을 호령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단주로서다. 오는 8월 6일 개봉을 목전에 둔 한국형 해양 어드벤처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이하 '해적' 속 여월(손예진)에 대한 이야기다.
앞서 지난 23일 '해적'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끝낸 직후 미디어데이 당일 의외의 털털함과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취재진에 농을 던지며 활짝 웃던 손예진은, 정식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도 여전히 밝은 모습이다. 다만, 작품과 연기에 대해 답할 때면 사뭇 진지한 모습도 교차했다.
# 손예진, 이 배우 매력있다

그는 우월한 미모 만큼, 내면의 매력도 넘쳐났다. 이틀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손예진은 여배우 특유의 도도함이나 까칠함보다는 따뜻함과 털털함으로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배려를 발휘했다. 이는 기자가 지난 2009년 제30회 청룡영화상 시상을 앞두고 그를 2박3일 밀착취재했던 당시 느꼈던 그것과 일치했다.
드라마 '상어'에 이어 이번 영화 '해적'에서 또 한 차례 호흡을 맞춰 한층 친분이 두터워졌던 상대 배우 김남길과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소식을 듣고 통화하며 서로 크게 웃었다"며 쿨하디 쿨한 반응을 내비쳤다. 이런 성격은 촬영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자 해적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참고할 재료가 많지 않아서 옷이며 머리며 많은 시도를 했죠. 얼굴이 지나치게 깨끗해도 안될 거 같아 더스트를 듬뿍 칠하고 갔더니, 분장팀에서 오히려 조금 지워달라 요청했었죠.(웃음) 반사판 없이 촬영할 때도 있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오히려 후반작업 과정에서 조금은 (깨끗하게) 만져주신 것 같았요."
촬영 대부분이 겨울에 이뤄지다 보니, 추위와의 격한 사투가 이어졌다. 수중 촬영 중 입김이 많이 나오면 안 된다는 이유로 얼음을 물고 대사를 대사를 했을 정도라니 그야말로 말 다했다.
"추웠냐고요? 얼굴이 늘상 얼어있었어요. 대사가 많지 않아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었죠. 입술이나 얼굴 근육이 뻗뻗하게 굳어있어서 화면에서 우스운 모습을 보셔야 했을걸요?(웃음)"
# 어서와, 칼질은 처음이지?
'해적'은 분명 15년차 배우 손예진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바로 첫 액션 도전이자, 여성 해적이라는 국내 영화에서는 없던 캐릭터를 처음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 반복되는 검술과 와이어 액션은 손예진의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게 만들었다.
"첫 액션이라는 점이 가장 염려됐어요. '어설퍼 보이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죠.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라 자부했는데, 어려웠어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게 핑계라면 핑계에요. 처음엔 검을 잡는 것 조차 쉽지 않았어요. 카메라 앞에서 늘 여성성이 짙은 연기를 해왔는데, '해적'에선 당당한 카리스마가 절실했죠."
덕분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도 모두 액션신. 소마(이경영)와 맞붙는 장면이 촬영 첫 액션신이었는데, 긴장한 탓인지 손예진의 대역배우가 그만 이경영과 합을 맞추던 중 얼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 정도가 크진 않았지만, 대역배우와 긴밀한 호흡을 맞추는 게 처음이다 보니 걱정과 부담이 커져만 갔다.
"모니터를 보는 데 깜작 놀랐어요. 칼을 휘두르던 도중 얼굴에 맞았는데, 찢어져서 병원에 갔어요. 전문가들도 이렇게 쉽지 않은 촬영인데, 저희 같은 초보자들은 기술자체에 한계가 있는만큼 더 조심해야 했어요.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 부담감도 컸죠.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에 애착이 가요. 다행히 담이 심하게 걸려 열흘쯤 고개를 못돌렸던 걸 제외하면 특별히 다친 곳은 없어요. 한 번 더 기회가 온다면 지금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기회가 오겠죠?"
# 10년의 청순함 품고, 다양함 추가요
손예진이 청순함의 대명사라는 데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만큼 손예진과 청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앞서 출연했던 영화들 '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릿 속의 지우개' 등은 손예진을 대한민국 대표 청순 여배우로 우뚝 서게 일조했다.
"초반에 그런 작품과 배역을 많이 했어요. 근데 최근엔 없거든요. '공범' '타워' 등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생각했는데, 멜로에서 보여줬던 제 모습이 여전히 더 강하게 기억됐나봐요. 벌써 10년을 가네요.(웃음). 그게 제 이미지인 것 같다면 굳이 깨뜨리고 싶지 않지만, 역할적으로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죠.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최근 방송됐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월드컵 특집 촬영에 게스트로 깜짝 출연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밌어 하는 분도 놀라시는 분도 있었어요. 예전이라면 예능 프로 출연할 엄두를 못냈을 텐데, '내가 언제 브라질에 가서 얼드컵을 응원해볼까'라는 마음이 '파이팅'을 넘치게 했죠.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도 들었어요. 배우는 외로운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거기서는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10여년을 훌쩍 넘긴 청순 인생,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기고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하는 손예진은 앞으로 대중들의 머릿 속에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요.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그런 노력들로 인해 뭔가 조금이라도 진화하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도전하고 있는 배우구나' '치열하게 고민하는 배우구나'하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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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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