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해무',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7.30 15: 16

영화 '해무'가 극한에 놓인 여섯명의 인간을 통해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 깊숙한 곳에 위치한 본능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본능에는 옳고 그른 것이 존재할까. 이 질문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그야말로 본격 '인간 탐구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각본을 맡았던 심성보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해무'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해무 속, 각자의 본능이 파국을 만들어내는 여섯 명의 선원의 이야기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해무'는 밀항에 나서는 여섯 명의 선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 때 여수 바다를 주름잡던 전진호는 더 이상 만선의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감척 사업 대상이 된다. 배를 잃을 위기에 처한 선장 철주(김윤석 분)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선원들과 함께 낡은 어선 전진호에 몸을 싣는다.

선장을 필두로 배에 숨어사는 인정 많고 사연 많은 기관장 완호(문성근), 선장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행동파 갑판장 호영(김상호 분), 돈이 세상에서 최고인 거친 성격의 롤러수 경구(유승목 분), 언제 어디서든 욕구에 충실한 선원 창욱(이희준 분), 이제 갓 뱃일을 시작한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 분)까지 여섯 명의 선원은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실어 나르게 된 것은 고기가 아닌 사람. 선장 철주는 삶의 터전인 배를 지키기 위해 선원들에게 밀항을 돕는 일을 제안한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온 수많은 밀항자들, 그리고 운명의 한 배를 타게 된 여섯 명의 선원들. 그 가운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가 몰려오고 그들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해무처럼, 자신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선원들은 죽음, 불안, 고난 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서서히 자신들의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는 불의의 사고로 밀항자들이 모두 죽고 단 한 명의 밀항자, 홍매(한예리 분)만이 남겨졌을 때 정점을 찍는다. 막내 동식은 첫눈에 반한 홍매를 향해 사랑의 본능을 내보이고 그런 홍매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 창욱은 성욕을, 이 와중에 자신의 앞가림이 우선인 경구는 물욕과 이기심을, 밀항자들의 죽음이 혼란스러운 완호는 양심을, 호영은 선장에 대한 복종을 드러낸다. 그리고 전진호의 주인 철주는 집과 자식들과도 같은 전진호, 선원들을 향한 부성애로 극한을 마주한다.
여섯가지의 본능은 모든 이를 점차 파국의 길로 이끌지만 그 어느 하나 선(善)이면 선이다, 악(惡)이면 악이다 속시원히 말할 수 있는 본능이 없다. 한편으론 비난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것이 이들의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나쁘다, 좋다 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기 때문에 관객들은 어느 한 캐릭터의 자신의 모습을 대입시키지 않는다. 권선징악이 확실한 영화였다면 보는 이들이 철저하게 선의 편에 서 악을 심판하려 들겠지만 이 영화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대신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한다.
심성보 감독은 이를 노린 듯 하다. 본인 스스로도 '해무'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숙히 들여다 보려 했다. 그리고 관객들이 자신의 내면에 담겨 있는 여섯 선원들의 모습을 보길 바랐다.
다소 어려운 주제를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잘 버무려 낸 장점도 보인다. 여섯 명의 선원을 연기한 배우들은 어느 누구 하나 빠짐 없이 완벽한 캐릭터 소화 능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등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제작에 나선 '해무'는 오는 8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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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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