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역사상 가장 긴 경기에서 포수 존 베이커(33)가 영웅이 됐다. 16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막았고 결승점까지 올리는 진기록을 썼다.
컵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6회 접전 끝에 4-3으로 이겼다. 기존 6시간 10분이라는 컵스의 최장 시간 경기 기록을 뛰어 넘은 이 경기에서 후보 포수 베이커는 승리투수와 결승점을 모두 사로잡으며 환호했다.
이날 선발로 출전하지 않은 베이커는 3-3으로 맞선 연장 16회 팀의 ‘9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야수를 투수로 올려 불펜 소모를 아끼고 팬 서비스를 하는 일은 간혹 있는 일이지만 이날은 3-3 상황이었다. 더 이상 쓸 투수가 없었던 컵스로서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베이커는 우려와는 달리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컵스의 마지막 보루가 됐다.

베이커는 메이저리그(MLB) 게임데이상 70마일 중후반대의 체인지업과 너클볼을 던졌다. 다만 베이커가 체인지업이나 너클볼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기보다는 힘이 다소 떨어져 공 궤적 자체가 변화구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의외로 잘 먹혔다. 선두 컬버슨을 1루수 플라이로 잡은 베이커는 스텁스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아담스를 병살타로 요리하고 마지막까지 경기장에 남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진 16회 공격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했다. 컵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1사 만루에서 카스트로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베이커가 전력으로 질주, 슬라이딩으로 홈을 지나치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베이커는 MLB 데뷔 후 첫 승리투수의 기쁨을 누렸고 결승점까지 올리게 됐다. 홈을 터치하는 순간 베이커는 오른팔을 치켜 올리며 동료들과 함께 환호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새벽 1시33분에 끝났다. 6시간 27분으로 컵스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진행된 경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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