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거리’의 이희준과 김옥빈이 다른 드라마들 속 커플처럼 밀당이나 달달한 애정표현은 하지 않지만 수수하면서 평범한 커플의 모습으로 훈훈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극본 김운경, 연출 임태우) 21회분에서는 유나(김옥빈 분)가 이모와 이모부에게 맞고 자신을 찾아온 10대 소녀 도둑 현정(이빛나 분)이 경찰에 자수하기 전 동생과 놀이공원을 가고 싶다는 소원을 듣고 창만(이희준 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내용이 그려졌다.
창만과 유나는 확실하게 연인관계는 아니지만 ‘썸’을 타면서 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창만이 유나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고 유나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창만을 좋아하고 있다.

이 같이 묘하게 썸을 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실제 같은 착각을 준다. 이희준과 김옥빈이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로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는 것. 이들은 드라마 속 커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과장된 표현 없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녀의 모습을 각자의 연기내공으로 소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김운경 작가의 차진 대사도 한몫 하고 있다.
이날도 이희준과 김옥빈의 생활연기가 재미를 선사했다. 창만은 마스크팩을 하고 있는 유나를 보고 “뭐야, 이게? 그러고 있으니까 분위기 묘한 게 무섭다”고 말했고 유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왜?”라고 대답, 마치 옆 집 사람들이 현관에서 대화하는 듯했다.
창만은 유나에게 장노인(정종준 분)이 준 치킨을 건네자 유나는 “창만 씨도 들어와서 맥주 한 잔 할래?”라고 물었다. 이에 창만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왜? 혼자 있으니까 외로워?”라며 유나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현정이 있는 걸 보고는 뭔가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맥주를 먹고 자기 방에 돌아가려고 일어난 창만은 유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내 꿈 꼭 꿔”라고 말해 유나를 웃게 했다. 달달하지는 않지만 유나를 향한 그만의 방식이 묘한 설렘을 선사했다.
이후 현정과 현정의 동생과 함께 놀러가기 전날 준비할 음식을 현정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실 내일 놀러갈 거 생각하면 내가 더 떨리고 오늘 밤 잠도 못잘 것 같다”며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현정이 창만에게 “오빠는 언니는 엄청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자 창만은 “언니는?”이라고 유나의 마음을 궁금해했고 현정은 “언니도 오빠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에 창만은 “너가 어떻게 아냐”고 물었고 현정이 “여자는 여자의 마음을 안다”고 하자 “오빠가 너가 너무 좋아진다. 고맙다”며 계속 올라가는 입꼬리를 멈추지 못했다.
수족관으로 놀러간 날 창만은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두 사람은 체크무늬 옷을 입어 커플티 같은 느낌을 줬고 창만은 직접 싸온 샌드위치를 먹으면 현정과 동생이 아니라 유나에게 먼저 과일을 건네 유나를 민망하게 했다. 또한 현정이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자 창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나를 포옹했다.
두 사람은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듯 해보이지만 참 쿵짝이 잘 맞는 커플이었다. 창만이 한 마디 하면 유나는 이에 질세라 대답하고 무심한 듯 말을 내뱉지만 결국 서로를 향한 호감의 표현이었다. 달달하거나 알콩달콩 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커플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감정을 선사하는 데는 역시 이희준과 김옥빈의 ‘특급 호흡’이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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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유나의 거리’ 화면 캡처